화재사고 닷새째를 맞이한 26일 제천시민들은 속속 상점의 문을 열고 일상을 맞이할 채비에 나섰다. 사망자 29명 가운데 마지막 4명의 발인도 이날 모두 마무리됐다. 사고 당일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조를 도왔던 지찬규(56·사진)씨도 그동안 닫아뒀던 콩나물국밥집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안타까웠던 사고현장을 곱씹고 있었다.
지씨가 화재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지난 21일 오후3시45분. 건너편 도로에서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고 현장으로 급히 차를 몰았다. 비상구 입구까지 들어가 생존자를 끌어냈고 나오는 이들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살려내려 애썼다. 생존자를 들것에 실어 보낸 뒤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돌아선 순간 그의 눈앞에는 도로 위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재현장 옆 좁은 골목으로 차량들이 줄지어 밀고 들어간 것이다. 보다 못한 지씨가 차량을 막아섰지만 2~3대는 계속 밀고 들어왔다. 길에 깔린 소방호스를 밟고 넘어가는 승용차도 있었다.
행인들은 유리파편이 튈 수 있다는 경찰의 외침에도 현장 가까이에 몰렸다. 결국 지씨가 소리를 지르며 이들을 반강제로 밀어내야 했다.
한참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자신이 구조한 최초 발견자가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소방차가 올 때를 대비해 차를 멀리 주차했던 게 후회스러웠다. 지씨는 “상황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과속하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살렸을지도 모른다”며 눈물을 떨궜다.
지씨는 지인 2명도 이번 참사 때 떠나보냈다. 30년 이상 제천 토박이로 살아온 만큼 희생자들은 다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었다. 노블휘트니스 스파는 제천시민끼리 사우나 계모임을 만들 정도로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씨의 지인들 중 급한 일정이 생겨 자리를 비운 이들만이 변을 피했다.
제천시민들은 여전히 “집안은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다. 지씨도 오는 이들을 “살아 있어 다행이다”는 말로 맞이했다. /제천=신다은기자 downy@sedai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