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급증해 이달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 하반기 정부의 잇단 규제 강화로 대출 받기가 전보다 어려워지면서 여러 채에 투자하기보다는 입지가 좋고 미래가치가 높은 지역의 한 채에 집중하려는 수요가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10월 206건에서 11월 434건, 12월(26일 기준) 617건으로 늘었다. 12월 증가율 64% 역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파구 역시 11월 514건에 이어 이달 554건으로 많은 거래량이 유지되면서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거래량을 나타냈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조합 설립 이상 사업이 진행된 재건축단지에 대한 투자가 막힌 후 강남구와 송파구의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 잠실주공5단지 등 거래가 가능한 주요 재건축단지들에 대한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목소리다. 재건축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목동, 여의도동이 속한 양천구·영등포구의 거래량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서경 부동산 펠로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현대부동산공인의 이영순 대표는“대치 은마 같은 인기 단지의 경우 하루에도 몇 천만원씩 호가가 높아지지만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보니 점점 거래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9월 초 11억9,500만원까지 떨어졌던 대치 은마 전용 76㎡ 매매 시세는 최근 호가가 15억원까지 높아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최근 2개월간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이렇게 대치 은마를 비롯한 잠실주공단지, 압구정 현대 등 거래가 가능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넘쳐나는 수요 때문이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노후 아파트단지 재건축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은 양천구(목동), 영등포구(여의도동)의 거래량 증가도 같은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26일 기준) 매매 거래량이 400건을 넘어선 곳은 강남구(617건), 송파구(554건), 양천구(455건)다. 올해 1~10월에는 상계동·중계동·월계동 일대에 아파트단지들이 밀집한 노원구가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많았지만 11월 이후에는 강남구를 포함한 주요 지역의 매매 거래량이 급증해 노원구를 넘어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부가 8·2 대책에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한도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10·24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내년부터 대출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실거주가 가능하면서도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아파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는 강남과 목동 외에 마포·동작 등 서울의 다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 증가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양천구의 1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72건으로 10월 162건에서 129% 증가해 11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치동과 목동의 매매 거래량 증가에는 재건축사업에 따른 시세 상승 기대뿐만 아니라 방학을 앞두고 우수한 학군으로 옮기려는 수요도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범아파트·수정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여의도동이 있는 영등포구의 이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46건으로 11월의 268건에서 49%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64%를 기록한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