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통합리더십 기대되는 희망찬 새해

김유은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장

북핵·사드 등 난관 많았지만

촛불로 정치적 불안정 녹이고

국내 개혁 성공적으로 수행

국민 합심 속 내일의 희망 기대





근래 들어 올해만큼 대한민국에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해도 없었던 것 같다. 우선 지난 2017년 새해 벽두는 촛불 민심으로 시작해 3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5월 조기 대선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숨 가쁘게 이어진 적폐청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실상과 댓글을 통한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의 여론조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등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 기간도 없이 정권을 이양받은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보다 더 시급한 많은 난제들에 직면해야 했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신고리원전 5·6호기를 둘러싼 국론분열 조짐을 수습하는 문제, 지난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 장기화로 4조4,000억원을 넘어서는 가계부채와 그에 따른 금융권 부실대출 규모 증가 우려, 부동산 과열현상 등에 대처해야 했다. 11월 포항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사상 초유의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시험 연기를 결정해야 했다.


한편으로 친노동·복지정책 확대 공약 실현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중소기업의 고용감소 등 경제 전반에 미칠 부작용을 선순환으로 돌리는 문제가 남아 있다. 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소위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대형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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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를 둘러싼 안보정세는 더욱 위급했다. 북한은 올 들어 총 15회, 2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9월3일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하는 등 도발을 계속함으로써 신정부의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복원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의 말 폭탄 교환은 한반도 정세를 경색시켰을 뿐 아니라 전쟁 발발의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는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보복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었고 일본과의 ‘불가역적’ 위안부 합의는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를 회고하면 안팎으로 어려운 일투성이고 하나하나가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우리는 그동안 보여준 우리 국민의 역량과 해외의 평가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읽고 기대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을 시민 주도의 촛불혁명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국론분열도 ‘숙의민주주의’를 활용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한해 동안 보다 나은 방향으로 뚜렷한 변화나 세계에 모범을 보여준 대표적인 나라로 프랑스와 함께 한국을 꼽았다. 그 이유는 북한의 위협을 ‘조용하고 품위 있게’ 견뎌내면서도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을 잘 헤쳐나갔고 미국과의 FTA 재협상도 정중히 연기시켰을 뿐 아니라 국내 개혁 또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미 역량이 증명된 국민이 합심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통합을 주도할 리더십을 기대하며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한 한 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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