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안법 등 30여개 민생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본회의 무산 이후 비판이 높아지자 내년 6월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해 막판 합의를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생법안 중 가장 관심을 끈 개정안은 전안법이다. 전안법은 의류·장신구 등 39종의 생활용품에 KC인증(국가통합인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과도한 인증부담과 생활용품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시행을 1년 미루고 대안을 마련했다. 지난 22일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대안을 처리하지 못해 기존 전안법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위기에 놓이자 소상공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날 통과된 대안은 정부와 정치권, 소상공인 업계가 함께 합의한 안으로 일부 생활용품은 KC인증 의무를 면제해주고 구매대행·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는 내용이다.
일명 ‘시간강사법’이라고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는 시간강사에게 대학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는 법안을 1년 유예 시키는 내용이다.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연내 통과가 시급한 법안으로 꼽혀왔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갑질’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하도급법은 3배 배상제도 대상에 보복조치를 포함시켰다. 가맹사업법도 가맹본부가보복조치 금지를 위반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했다.
이밖에 부양의무자 요건을 폐지하는 주거급여법과 ‘의료비 폭탄’을 방지하는 재난적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처리됐다.
반면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은 올해 마지막까지 논의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규제를 개혁하는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의 경우 몇 년째 여야 공방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년 중 두 개정안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내년에도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혁신을 위해서는 은행 지분을 현행 10%(의결권 4%)에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내년으로 밀렸다. 여야 3당은 기업 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합의안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 안이 최종 결렬되면서 내년 4월 대법원의 관련 판결 이후에야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여야는 ‘물관리 일원화법’을 내년 2월까지 처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으며 5·18특별법은 내년 1월 공청회를 거쳐 2월에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회 운영위원장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맡게됐다. 평창동계올림픽지원특별위원회 활동도 내년 3월 말까지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