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자리에 중도좌파 성향의 김명환(사진)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오른다. 투쟁과 대화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힌 김 전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이끌게 되면서 노정 또는 노사정 관계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차기 임원진 선거에서 기호 1번 김 위원장 후보조가 6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29일 밝혔다. 김 후보조는 지난 22~28일 32만8,000명이 참여한 결선투표에서 21만6,000여표를 얻어 8만9,000표(27.3%)를 받는 데 그친 기호 2번 이호동 위원장 후보조를 누르고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3년이다.
김 당선자는 이날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의 지지는 노동혁명과 사회대개혁을 주도하고 완성하라는 염원이라고 본다”며 “달리 말하면 문재인 정부와 당당하게 교섭하고 반노동 반개혁과 싸우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당선자는 대통령 면담 요구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 명단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정치 판결로 민주노총 지도부가 감옥에 있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월1일 첫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지도부를 소집해 한 위원장 석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 당선자가 민주노총 위원장에 오르면 근로기준법 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 등을 두고 노동계가 사회 각 주체와 빚고 있는 갈등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2013년 최장기 철도 파업을 주도한 경력이 있는 김 당선자는 실익을 위해서는 강경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가 사회조직화뿐 아니라 정치조직화의 필요성도 강조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치적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노사정위원회는 민주노총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위원회 스스로가 테이블에서 내려와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김 당선자가 대통령과 노동계 2명, 경영계 2명, 정부 2명, 국회 대표 등이 참여하는 신(新) 8자 회의를 열자고 주장해서다. 이 회의에 노사정위의 자리는 없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아직 김 후보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라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며 “민주노총이 대의원회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으면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세종=임지훈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