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1년째 제야의 종 타종...매년 國泰民安 빌죠"

'보신각 5대 종지기' 신철민 서울시 주무관

9월부터 타종계획 등 행사 준비

보신각종 관리도 종지기 주임무

힘들지만 매일 2~3시간씩 손질

보신각 ‘종지기’인 신철민 서울시 주무관이 29일 타종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송은석기자보신각 ‘종지기’인 신철민 서울시 주무관이 29일 타종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해마다 12월31일 자정이면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는 ‘제야의 종소리’가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울려 퍼진다. 종을 치는 종망치(당목)을 대개 5명이 쥐는데 이들 가운데 10년째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보신각 5대 종지기인 신철민(43·사진)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주무관이다.

타종행사에는 5명이 한 개 조로 참여한다. 4명은 한 해를 빛낸 저명인사들이 위촉된다. 다만 이들은 당목에 손을 올리고 살짝 힘을 줄 뿐이다. 실제로는 신 주무관이 당목 맨 뒤에서 ‘5, 4, 3, 2, 1’ 카운트를 세면서 힘껏 밀어 종을 울린다. 타종의 시간과 속도·힘을 정확하게 조절하고 맞추는 게 신 주무관의 임무다.

29일 보신각 옆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신 주무관은 이날도 ‘2017년 제야의 종’ 타종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그는 “9월부터 타종행사 계획 수립과 무대설치 등 행사 준비를 한다”며 “특히 행사 한 달 전부터는 보신각과 주변 안전점검을 꼼꼼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11년째 타종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올해는 긴장감이 더하다고 한다. ‘촛불 혁명’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시민들의 희망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신 주무관은 “시민들이 종소리를 들으며 희망찬 새해를 열기 때문에 종지기로서 보람과 함께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새해에는 나라가 더욱 태평하고 우리 국민들은 전년보다 평안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마음속으로 새해 소망을 빌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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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기’ 업무는 특이하다. 신 주무관은 타종 외에 청소·정비와 안전점검 등 보신각에 대한 대부분의 일을 맡고 있다. 매일 정오 일반 시민이 종을 치는 상설 타종 행사를 안내하는 것도 그의 업무다.

전통문화 재연업체에서 근무했던 신 주무관은 2006년 보신각 행사 일을 하다 당시 종지기였던 고(故) 조진호씨와 알게 됐고 업무를 전수받았다. 2007년 3월 서울시 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지금까지 보신각과 종을 지키고 있다. 고 조진호씨의 가계는 보신각종을 지켜온 ‘종지기’ 가문으로 그가 4대였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조씨의 손자가 6대 종지기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신 주무관은 “스승님(조씨) 손자에게 종지기 일을 전수해주면 대가 이어지게 된다”면서 “(내가)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주무관의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은 종 닦기라고 한다. 그는 “종은 무게 20톤에 높이 3.18m, 지름 2.28m로 이런 ‘종님’을 매일 2~3시간에 걸쳐 혼자 닦는다”며 “사무소에는 다른 직원도 있지만 오직 종지기만 종님을 닦을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송은석기자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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