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6,671㎞로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강은 이집트에는 생명의 젖줄이다. 전체 수자원의 98%를 나일강에서 얻는데다 전력 수요의 50% 이상을 이 강에 의존하고 있다. 나일강은 이처럼 이집트에는 축복이지만 상류의 다른 국가들에는 눈물의 강이다. 물 이용권이 거의 없는 탓에 함부로 끌어다 쓰지 못한 채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탓이다.
나일강의 물 이용권을 둘러싼 이집트와 주변국의 불평등 문제는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일강 상류 지역을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은 이집트와 수단에 나일강 전체의 수량 89%에 대한 우선이용권을 보장하고 특히 이집트에 그중 80%를 할당하는 ‘나일강 분할조약’을 체결했다. 수에즈운하의 통행권을 확보하고 영국 기업들이 이집트에서 운영하는 목화 농장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이집트의 물 독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 조약은 1959년 한차례 수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집트에 강물의 65%를 배분하며 현재까지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물 분쟁은 상류 국가들이 1960년대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본격화했다. 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 등 상류 국가들은 나일강 이용권을 요구해왔지만 이집트는 절대 우위의 경제·군사력을 앞세워 이를 묵살했다. 심지어 2013년 에티오피아가 물 이용권 재분배를 위한 협정을 추진하자 무함마드 무르시 당시 이집트 대통령은 “나일 강물이 한 방울이라도 줄어든다면 우리는 피를 흘릴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한때 화해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집트와 수단·에티오피아 등 3국은 2015년 3월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추진하는 수력발전용 댐 건설과 수자원 공유를 위한 기본합의를 도출하며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해빙기도 잠시, 나일강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지난해 12월27일 “이집트의 물 이용권과 국익을 보장하지 않는 한 에티오피아와 어떤 합의도 할 수 없다”며 사실상 3국 간 합의 파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발발하는 다음 전쟁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물 문제”라고 경고했던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옛 경고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두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