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4세 이하 삼 남매가 숨진 사건에 대해 친모가 ‘술에 취해 라면을 끓이려 했다’는 진술을 번복해 ‘담뱃불을 잘못 끈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현장 감식을 벌였지만 화재원인을 규명할 만한 정황과 증거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31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2시간 30여분간 감식을 진행했지만 경찰은 화재원인을 규명할만한 인화성 물질 등 특별한 증거나 정황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면 방화의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국과수는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을 정밀 분석해 발화점 등 화재원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4세·2세 남아와 15개월 여아는 화재로 인한 연기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흡기 내부에서 그을음이 발견돼 화재 당시 호흡하고 있었다는 것이 경찰 과학수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조된 삼 남매의 어머니 A(22)씨는 사건 초기에는 ‘술에 취해 귀가해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뒀다가 잠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이를 번복했다. 경찰은 현장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 등 라면을 끓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A씨에게 이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귀가하면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나 보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담뱃불을 잘 못 꺼 불이 난 것 같기도 하다. 담배를 어떻게 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귀가 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날씨가 추워 거실로 들어와 담배를 피웠는데, 15개월 딸이 칭얼대 작은 방에 들어가 딸을 안고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담뱃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하지는 못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관계자는 “통상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나면 천천히 불이 난다”며 “급격히 불이 번진 이번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아닌 인화성 물질이나 가연성 물질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 남매 어머니를 상대로 계속해서 조사를 병행해 화재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2시 26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4세·2세 남아, 15개월 여아 등 삼 남매가 숨졌다. 친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