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옥건 원장의 탈모 이야기-8] 모발이식과 자연의 섭리

해가 뜨고지는 '지구의 자전'처럼

모발에도 '숨은시계' 毛주기 있어

모발이식 3주후 머리칼 빠지지만

3~6개월 '휴지기' 지나면 다시나

최종 결과는 2년 이상 지켜봐야

옥건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옥건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2018년 첫날 필자는 우연히 집안에서 일출을 보았다. TV에서 서울 남산의 일출을 중계하는 것을 보다 창밖을 보니 정말 생방송처럼 태양이 솟아나고 있었다. 일출을 제대로 보게 된 건 처음인데 관심을 가지니 평생 보이지 않던 것도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았다.

실제 일출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났다. 먼 산 위의 눈부신 작은 점 같았던 태양은 이글거리며 순식간에 쑥쑥 올라와 둥근 해가 되었다. 올해 1월 1일의 일출시각이 7시 47분, 일몰시각이 5시 24분이니 낮인 9시간 37분 동안 태양은 아주 조금씩 하늘을 건너 반대편 산으로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지만 우리 주변의 우주는 시계처럼 정확하게 우리가 모르는 동안 그들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것이다.


일출은 예전 그대로인데 불과 몇 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람들 모두가 휴대폰으로 일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즐기지 못하고 기계 속에 사진을 저장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소원을 빌며 새로운 결심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연말연초가 되면 필자의 모발이식 병원에는 상담이 늘어난다. 모발이식은 저가의 수술이 아니므로 새해 목표로 목돈을 모아 모발이식 수술을 해 올해는 달라져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그중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수 개월간 돈을 모아서 오시는 젊은 분들도 있으니 마음 같아서는 그냥 해드리고도 싶다.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중에는 수술비용을 본인의 자존심이라 생각하고 실력과 상관없이 고가만 고집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탈모 환자나 이마가 넓어서 평생 스트레스받는 분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비용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매일 하늘을 건너서 또다시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과 지구처럼 사람들의 머리에도 우주가 있다.

모발은 빠졌다가 다시 나오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를 모주기라고 한다. 모주기는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로 나뉜다. 성장기에는 모발이 계속 자라고 휴지기에는 모발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데 성장기에서 휴지기로 넘어가는 기간을 퇴행기라 부른다. 성장기는 보통 3~6년, 퇴행기는 3주, 휴지기는 보통 3개월 정도이다. 의학적으로 정상 모발도 빠질 수밖에 없으며 탈모란 단순히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 아니라 모주기 중 성장기가 짧아지고 휴지기가 길어져 정상적으로 오래 자라는 모발이 줄어드는 증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머리칼이 빠지더라도 모발의 뿌리 부분은 두피 안에 살아 있어서 다시 새 모발의 싹을 틔운다. 예를 들자면 정상 모발은 다년생 풀과 같다. 겨울이 되어 잎과 줄기가 시들어도 뿌리 부분은 낙엽과 눈으로 뒤덮인 땅속에서 추위를 견뎌내고 봄이 오면 황량한 대지에 파란 새싹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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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머리카락은 2004년 기네스에 등재된 중국의 시에 치오우핑(Xie Qiuping)으로 머리카락의 길이는 5.6m에 달한다. /기네스 페이스북 캡처세계에서 가장 긴 머리카락은 2004년 기네스에 등재된 중국의 시에 치오우핑(Xie Qiuping)으로 머리카락의 길이는 5.6m에 달한다. /기네스 페이스북 캡처


그렇다면 머리를 자르지 않고 계속 자라게 놔두면 얼마까지 자랄 수 있을까? 현존하는 기네스 신기록도 7m를 넘지 않는데 정상 모발도 주기적으로 탈락이 되기 때문이다. 모발이 한 달에 평균 1cm 정도 자란다고 봤을 때 1년이면 12cm, 7m가 되려면 거의 50년 이상 길러야 하는데 정상적인 모주기로 봤을 때 이는 불가능하다. 기네스에 올라갈 정도로 머리칼이 긴 사람은 모발 성장 속도도 빠르겠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성장기가 오래 지속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모발이식을 하게 되면 수술 후 약 3주가 지나면 이식된 모발이 대부분 빠졌다가 3개월에서 6개월쯤 지나면 다시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는 이식된 모발의 주기가 새로 세팅되기 때문이다. 정상 모발의 휴지기를 평균 3개월 정도라고 봤을 때 이식된 모발은 이식되자마자 퇴행기를 거쳐 휴지기에 들어간다고 봐도 좋다.

온라인에 보면 모발이식 후 6개월이면 자라 나올 모발은 이미 다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말로 드물게는 1년 후에 새로 자라나오는 모발도 있다. 수술을 통해 이식된 모발은 외부의 충격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휴지기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 또한 모발이식 초반에는 성장기도 불안정해서 오래 자라지 못하고 빠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모발이식 최종 결과는 2년 이상 보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모발이식 수술받은 환자 입장에서는 2년이란 기다리기에 너무 긴 시간이고 수술 후 1년 반 지나서 급격하게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모발이식 병원들이 1년에서 1년 반 정도 수술 경과를 보고 있으며 필자의 병원에서도 1년 반 정도 보고 있다.

/okhairline@naver.com

옥건 원장은···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국제모발이식학회(ISHRS) Best Practical Tip 수상

조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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