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절반 이상이 세계 경제(52.5%)와 국내 경제(57.6%)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4년 만에 3%대로 올라선 경제성장률은 올해 다시 2% 후반대로 주춤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화 긴축과 보호무역을, 국내에서는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문제를 복병으로 꼽았다.
◇세계 경제는 견조, 국내 경제는 회복세 주춤=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가파를수록 미국과 유럽·중국·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브라질 등 큰 시장들과의 교역이 늘어나 우리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 수요는 커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은 3.7%로 전망했다. 기업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52.5%의 기업이 지난해 성장률(3.6%)과 비슷한 수준으로, 39.4%는 ‘지난해보다 좋아진다’고 봤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49%), 좋아질 것(37.8%)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최악은 지났지만 성장률은 올해만 못할 것으로 봤다.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57.6%)이라는 의견이 좋아질 것(25.3%)이라는 평가의 두 배였다. ‘나빠질 것’이라는 견해는 17.2%였다. 이는 기업들이 예측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에도 반영됐다. 정부는 지난해 우리 경제가 지난 2014년(3.3%) 이후 4년 만에 3%대 성장(전망치 3.2%)에 이어 올해도 3%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업들 중 3% 초반 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13.1%에 불과했다. 54.5%가 2%대 후반, 22.2%가 2%대 중반을 예측했다. 76.7%가 성장률이 세계 경제(3.7%)에 비해 최대 1%포인트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한 셈이다.
◇보호무역·금리 인상, ‘불안’ 요인으로 꼽아=기업 10곳 중 7곳(69.3%)은 세계 경제를 흔들 진앙을 미국으로 판단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46.9%)와 금리 인상(22.4%)이 복병이라는 평가다. 미국에서 무차별 보복관세를 받고 있는 철강업종(100%)을 비롯해 자동차(60%), 전기·전자(40%)가 보호무역을 특히 경계했다. 국내 경제에서는 금리 인상이 부담으로 지목됐다. 기업 중 28.3%가 금리 인상을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았고 △가계부채(27.3%) △투자 위축(25.3%)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금리 인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요인들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6년 만에 기준금리(1.5%)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동안 통화정책은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에 동참하는 동시에 내수소비 진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기업들의 91.8%는 한국은행이 올해 1회(41.8%)에서 2회(50%)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봤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금리도 덩달아 올라가 기업의 자금조달에 부담이 커지고 가계의 이자비용도 커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드론, 의료 등 신산업에 대한 규제도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투자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은 환율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감당 가능한 원·달러 환율의 마지노선으로 전체 기업의 25.9%가 달러당 1,100원이라고 답했고 14.8%는 달러당 1,150원이라고 응답했다. 전체의 33%는 달러당 1,050원으로 봤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회복 시기 내년 하반기 이후…투자종합지수는 6년 만에 최고=기업들은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일시적(52.5%)이고 회복세는 점차 확대(38.4%)될 것으로 판단했다. 설문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기업들이 보호무역과 금리 인상 등 국내외 변수를 극복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복 시기는 올해 하반기(27.6%)와 내년 상반기(27.6%), 내년 하반기(11.2%), 오는 2020년 이후(28.6%)로 엇갈렸다.
국내 기업의 투자종합지수는 올 상반기 135.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123.6) 대비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2011년 하반기(137.1)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축포를 터뜨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진한 전기·전자업종이 전체 평균을 훌쩍 웃도는 152.7로 산업계 전반의 투자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핀테크 물결로 업계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금융업(149.2)의 투자심리가 평균치를 크게 넘어섰다. 정유·화학업종(146.7)도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제유가에 맞춰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자동차 관련 업종들은 올해 투자에 더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위축된 여파다. 자동차업종은 100.0의 투자지수로 올해 투자를 지난해 수준으로 하겠다고 응답했고 연관산업인 운수·물류업종(93.3)은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도 투자에 주요 복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전체 기업의 68.1%는 투자한 만큼 성과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여건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40% 가까운 기업들이 부정적으로 봤다. 법인세 인상과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일변도의 정책이 답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구경우·조민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