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저에게 대리처럼 일하지 말라고, 대표님은 큰 그림만 그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제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면 대리처럼 일하지 않았을 텐데요. 다른 사람들 일하는 것을 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이니까. 제가 꼼꼼히 챙기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보인다면 그렇게 하시죠.”
“…”
어느 스타트업 대표와의 대화였다. 이런 상황은 비단 스타트업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경영자와 임직원 간, 상사와 부하직원 간 자주 생기는 리더십 이슈다. 리더십 분야에서는 구성원에게 업무 권한을 위임하고 주체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임파워먼트(impowerment)’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임파워먼트’를 리더십의 중요 역량으로 제시한다.
서두의 대화를 살펴보자. 대리같이 일한다는 것의 의미는 세세한 부분까지 지나치게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 management)’라고 부를 수 있다. 좋은 말로 하면 꼼꼼한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관리자가 작은 것 하나까지 자신의 마음에 들도록 지시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다소 부정적 의미를 가진다.
스타트업 대표가 해나가야 할 리더십 방향을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대표는 큰 그림을 그리고 구성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들에게 임파워먼트하라고.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스타트업 대표가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대부분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스타트업 창업자는 사업을 가장 많이 알고 있고 해야 할 일도 많다. 자신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할 것이다. 거기다 스타트업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회사의 존폐가 결정될 정도로 체력이 약하다. 만약 제품에 하자가 생겨서 반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대표가 꼼꼼히 챙겼는데도 그런 하자가 생겼다면 억울함이라도 덜하겠지만 다른 구성원에게 맡겨 놓은 부분에서 실패하게 된다면 많은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꼼꼼히 관리할 부분과 임파워먼트할 부분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일이 가진 리스크를 생각해보자. 해당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라고 욕을 먹더라도 챙기는 게 좋다. 사업 초기에는 이런 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회사는 개별 업무 실패에 대한 맷집이 생긴다. 업무 담당자의 숙련도가 올라가고 분야별로 창업자보다 더 역량 있는 사람들이 합류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임파워먼트의 여지가 높아질 것이다. 우선 지금은 고객에 집중하고 결과에 후회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면 좋겠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