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의 원로 법조인인 A 변호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징계 취소소송에서 패소했다. A 변호사는 자신의 법률사무소를 광고하면서 ‘법인회생 사건을 전문으로 다뤄 온 전문변호사’와 ‘회생면책 전문 로펌’ 등의 문구를 게재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전문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광고를 했다며 과태료 300만원 처분을 내렸다. A 변호사는 법무부에 제기한 이의신청도 기각당하자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한변협에 전문 분야를 등록한 변호사에게만 광고에 ‘전문’이라는 단어를 허용하는 변호사 전문 분야 등록제도가 수많은 변호사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변협이 등록비 수입을 위해 전문변호사 등록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에는 이 제도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까지 청구되기도 했다. 현 변협 집행부는 전문변호사 제도의 문제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면적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판사 출신 김관기 변호사는 지난달 중순 변호사 광고와 징계를 규정한 변호사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김 변호사 역시 A 변호사처럼 광고에 ‘파산법 전문’ 문구를 넣었다가 대한변협의 징계를 받았고 법정 다툼을 벌여 승소했다. 전문변호사 제도는 사업자 단체의 부당한 경쟁제한행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전문 분야 등록에 30만원을 내야하고 5년마다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또 내야 한다”며 “수년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전문가 자격을 상실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의 전문변호사 등록제도는 지난 2009년 변협 회칙으로 도입됐다. 헌재의 탄핵심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에 참여했던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제도다. 변협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10년 725명이었던 전문변호사 등록 수는 2016년에는 1,412명까지 늘었다. 이에 비례해 A 변호사처럼 등록 없이 전문변호사로 광고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례도 2013년 2건에서 2016년 91건으로 늘어났다.
김현 협회장이 이끄는 변협 집행부는 전문 분야 등록요건을 일부 완화했으나 제도의 전면 수술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움직임이 없다. 김 변호사의 소송대리인인 김형준 변호사는 “협회 회칙으로 변호사 광고를 규제하는 건 독일 등 외국 사례를 뒤져봐도 맞지 않다”며 “국회에서 판단해 입법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어떤 변호사든 쓸 수 있는 ‘전문’ 표시와 대한변협이 엄격히 관리하는 ‘대한변협 인증 전문’ 표시로 나누어 전문변호사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자는 제안도 나온다. 변협에 등록된 한 전문변호사는 “국민들이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별하기 위해서라도 전문변호사는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 “변호사들로서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지보다는 보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