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부러진 사다리] '가난하다'는 생각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키스 페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객관적인 경제상황보다는 가난하다고 느끼는 심리와 인식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도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왜 불평등할수록 자멸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왜 가난하다는 느낌이 실제 가난만큼이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가’ 등을 실험심리학을 이용해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 인지적 메커니즘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가난과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어디까지 사람들을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과 결과들이 상당히 흥미롭다.


객관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부자인지보다 빈곤과 부유함을 인식하는 순간 달라지는 심리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풀어냈다. 어린 시절 무료 급식 대상자였던 저자는 급식 담당자가 바뀌고 난처했던 경험을 회고했다. 새로 온 급식 담당자는 무료 급식자와 유료 급식자를 구분하지 못해 저자에게 돈을 내라고 하자, 이를 지켜보던 이가 새로 온 담당자에게 귓속말로 왜 저자가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본 순간 저자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그 전날이나 그날이나 똑같이 가난했지만 그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전한다. 급식비를 내는 아이들이 더 잘 차려입은 것처럼 보이고, 머리 모양도 더 예뻐 보이고, 같은 지역에 살지만 자신의 부모는 느릿느릿한 남부 말투를 쓰는 것 같고, 잘 사는 집 부모는 뉴스 앵커와 같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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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또 가난한 사람들은 보수당에 부유한 사람들은 진보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며 경제력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106년 대선 당시 노동계급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 역시 소득 불평등과 절대소득을 떼어놓고 보면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것. 뉴욕이나 코네티컷 등 잘사는 주에 사는 부자보다 미시시피 등 가난한 주에 사는 부자가 공화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은데 이는 절대적인 수입보다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에 근거해 투표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주식투자 게임’ 등 실험을 통해 자신이 남보다 낫거나 못하다는 느낌이 정치적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증명하는 대목 등도 눈길을 끈다. 1만4,8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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