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2018년은 나의 해] <4> 김효주 "남자친구? 스윙 연습만 해도 24시간이 부족한걸요"

전훈지·코치 바꾸고 쉴틈없이 반복 연습

슈퍼루키 완성한 '멘털노트'도 다시 작성

그린적중률 75% 넘겨 도쿄올림픽 가야죠

김효주가 “2018년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있다. 교생실습까지 소화하며 그동안 학교생활도 소홀히 하지 않은 그는 2월 졸업 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LPGA 투어에 승부수를 던진다.김효주가 “2018년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있다. 교생실습까지 소화하며 그동안 학교생활도 소홀히 하지 않은 그는 2월 졸업 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LPGA 투어에 승부수를 던진다.




“남자친구요? 이성 교제 생각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4년째를 맞는 김효주(23·롯데)는 어느 때보다 단단한 가슴으로 2018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 ‘달리기-라운드-샷 연습-달리기-웨이트트레이닝-달리기’로 이어지는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이 생활을 40일간 이어갈 계획이다. 이렇게 쉴 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기는 생전 처음이라고 한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 서울 강남의 YG스포츠(소속사)에서 만난 김효주는 “그린 적중률(아이언 샷 정확도) 75% 이상이 올해 목표”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해 L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동시 수상한 박성현의 그린 적중률이 75.7%였다. 77.7%로 이 부문 1위인 렉시 톰프슨(미국)도 투어를 주름잡았다. 김효주는 “그린 적중률 75%를 기록할 정도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세계랭킹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LPGA 퀸’으로 올라서겠다는 당찬 목표를 에둘러 밝힌 셈이다. 김효주의 그린 적중률은 2016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60%대에 그쳤다.

국내 투어를 뛰던 2014년에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 스무 살이던 이듬해 미국에 진출할 때만 해도 김효주는 금방 미국을 평정할 것 같았다. 2014년 국내 투어 5승을 쓸어담으며 상금왕 등 전관왕에 올랐고 프로 데뷔 전인 2012년에 이미 국내와 일본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보소녀’로 불렸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슈퍼루키’라는 말도 김효주를 시작으로 보편화 됐다.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2015·2016년 1승씩으로 미국에서도 승수를 보태온 김효주는 그러나 지난해는 우승 없이 공동 7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부진했다. 톱10도 네 번뿐이었고 상금랭킹은 38위(49만2,000달러)까지 떨어졌다. 연초 25위였던 세계랭킹도 44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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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을 돌아볼 때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으냐는 물음에 김효주는 “생각지도 않게 일찍 미국에 진출했다. 많이 아팠던 기억이 사실 더 많다”고 털어놓았다. “왔다 갔다 하는 아이언 샷 감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린에 올리면 누구보다 빨리 끝낼 자신 있는데 그린에 올라가는 과정이 마음대로 안 되니….” 연습장에서 아이언만 치는 것도 모자라 야밤 빈 스윙 훈련까지 해봤지만 샷 감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김효주는 몇 가지 승부수를 던졌다. 전훈 기간 새 코치한테서 배우는 것도 그중 하나다. 배우 성유리의 남편으로 잘 알려진 안성현 코치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동안 비시즌 훈련지로 태국을 선호하던 김효주는 대회장 환경과 비슷한 미국으로 옮겨보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강도 높은 훈련 스케줄로 유명한 안 코치의 아카데미를 스스로 택했다. 김효주는 “사실 코치님한테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저 자신”이라며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는 가운데서 예전 좋았을 때의 감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비시즌 때 지옥에 갔다 와야 시즌 때 천국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효주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바지가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특히 하체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맨몸 운동만 해왔지 무게를 이용하는 훈련은 처음”이라는 설명. 각각 10㎏짜리 아령을 양쪽에 나눠 잡고 앉았다 섰다 하는 운동이 대표적이다. 김효주는 드라이버 샷 거리 증가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좋았을 때의 스윙 동영상을 돌려보고 어릴 적 썼던 ‘멘털노트’를 꺼내보는 것도 그동안 하지 않던 일들이다. 김효주는 “국내 투어 때 스윙은 위아래 움직임이 없고 되게 여유로워 보이는데 지금 스윙은 뭐랄까 지저분한 느낌이더라. 깔끔한 맛이 없다”고 했다. 2010년부터 일기처럼 꽤 오래 썼던 멘털노트는 한 번 펴면 끝까지 다 읽으면서 자신감 회복에 활용하고 있다. 멘털노트는 이번 시즌부터 다시 쓸 계획이다.

김효주의 부진을 둘러싼 추측 중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김효주는 그러나 “동료들과 의사소통이나 투어를 뛰는 데 있어서 언어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영어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골프가 안된다고 하는 것은 핑계 아닐까 생각한다”는 설명. 미국 무대 대신 일본 투어가 더 잘 맞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김효주는 “아주아주 나중에 일본에서 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에서 다시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연습 때부터 작은 목표들을 설정해놓고 계속 성공해나가면서 기분 좋은 생각들을 모으려고요. 아까 아팠던 기억이 더 많았다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정말 행복해져야 할 것 같아요.”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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