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둔 청장은 왕정국가인 UAE의 실권을 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방한 시 임 실장과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정세균 국회의장도 예방한 뒤 10일 0시30분께 출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 목적은 양국 정상 간 핫라인 복원 및 양국관계 발전 모색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UAE 간 관계는 이명박(MB) 정부 당시 매우 좋았으며 이후 박근혜 정부 초반까지도 괜찮았는데 중간에 청와대 비서실장에 김기춘 실장이 올라가고 나서부터 급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 대통령은 UAE 측 왕세제와, 청와대 비서실장은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핫라인으로 수시로 연락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 실장 때부터 저쪽(나하얀 왕세제 및 칼둔 청장)과 소통이 잘 안 되더니 지난 정부 후반 완전히 핫라인이 끊겼다더라”고 전했다. 단절된 최고위급 핫라인은 이번 칼둔 청장 방한을 계기로 복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실장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불거져 UAE 측과 소통이 단절됐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최근 검찰의 국가정보원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의 청와대가 UAE 원전과 관련해 이면계약 여부를 조사하도록 당시 국정원에 지시한 정황이 담긴 문서파일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의 UAE와의 불화가 왜 현 정부 들어서 이어졌는지도 미스터리다. 양국 간 불화가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12월9일 임 실장이 특사로 파견되면서부터다. 당시 특사 파견 배경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UAE 측의 항의설, 국정원 직원의 UAE 왕실자금 조사 관련 양국 갈등설, 양국 군사 관련 양해각서 및 협정 관련 갈등설 등이 제기돼왔다. 이 중 탈원전 항의설 및 왕실자금 조사 갈등설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이 사실이 아니라며 거듭 부인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주장이 퇴조하는 분위기다.
대신 양국 군사 관련 갈등설이 부상하고 있다. MB 정부 당시 원전 수주에 앞서 맺었던 우리 군의 UAE 파병 관련 양해각서 및 약정, 박근혜 정부 시절에 체결했던 한·UAE 간 군수지원 협정에 문제가 있다는 설이다. 즉 해당 군사 분야 협정들에 혹시 UAE의 유사시 우리 군이 군사 지원을 하거나 현지 파병 아크부대가 자동 개입하는 것을 합의한 내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현 정부가 이를 인지하고 문제의 조항을 조정하려 나섰다가 UAE 측의 반발을 사자 임 실장이 특사로 파견돼 문제를 풀려 했다는 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