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조만간 실시하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검사 과정에서 KB금융의 사외이사 선발 모델을 도입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선발하면 자연스럽게 경영진도 견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KB모델’이 금융권에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7일 “사외이사 제도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KB모델을 가장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며 “지배구조 검사 과정에서 지주사들과 폭넓은 협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이상적으로 평가하는 KB의 사외이사 선발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최초 후보군(群) 선정 과정에서 주주 및 외부기관(헤드헌터)을 통해 후보들을 추천 받는다. 이를 인선자문위원들이 다시 한번 평가해 걸러낸다. 인선자문위원들은 기존 사외이사들이 추천해 선발되고 외부에는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다. 이렇게 추려진 후보들은 마지막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선발된다. KB 사추위에는 사외이사 3명과 지주 회장이 포함된다.
금융권은 결국 KB가 운영하는 인선자문위원 제도를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도입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이나 하나도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외부기관 및 주주 추천을 받고 있지만 사추위 이전 ‘필터링’ 단계가 없어 현 경영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한의 경우 현재 주주 추천은 받지 않지만 앞으로 이를 제도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지주사들과 일단 충분히 협의하고 그래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권고안을 내거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오는 3월 각 은행들의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은행 지배구조에도 변동이 예상된다. KB와 신한·하나·NH농협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28명 중 24명이 올해 3월 주총 때 임기를 마치게 된다. 관련법에 따라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은 최장 6년까지 재직할 수 있다.
이 중 지난 2012년 선임돼 6년째 재임 중인 이상경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외이사들은 모두 연임이 가능하지만 당국이 사외이사 선발 과정을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큰 폭의 물갈이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정부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권고안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인재 풀(pool)을 사외이사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