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뇌과학으로 본 샤이니 종현의 죽음

김진현 KIST 뇌과학연구소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장

일시적 우울감, 우울증 안되려면

스트레스 조절·해소 교육 필수

'나약한 정신병' 낙인찍지 말고

사회적 보호제도로 뒷받침해야

김진현 KIST 뇌과학연구소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장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를 새삼 떠올린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중에 어느 누가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고 있을까. 영화의 제목처럼 불안·우울·강박은 우리의 영혼을 피폐하게 하고 극단적인 결말에 이르게 만든다. 최근 유명 아이돌 샤이니의 멤버인 고(故) 종현 군의 사망으로 충격과 안타까움과 함께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종현 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뇌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와 관련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2년간 부동의 세계 1위다.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다름 아닌 자살이며 우울증은 이런 극단적 선택과 관련성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가 64만명에 달했고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19세 이상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우리나라 성인 4,120만명 중 535만여명이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우울, 불안, 강박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으로 범위를 넓히면 성인 5명 중 1명꼴로 겪는 증상이니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분하기 어려워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의 여러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 질환이나 약물 부작용 등으로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저하돼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이 자기가 우울증임을 부정하며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적절한 치료를 기피해 증세를 키우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의지의 약함으로 쉽게 판단하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비교적 최근에 급격한 사회변혁을 겪은 우리나라는 개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임무를 수행할 때 실패가 허용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해도 끝없는 성공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따른다. 이러한 스트레스 환경은 어린 나이부터 노출된다. 스트레스는 신경세포를 구조적·기능적으로 변화시키고 학습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전과 성취를 위해서는 건강한 수준의 긍정적 스트레스(positive stress)가 어느 정도 요구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즐기면서 일할 수 없고 끊임없는 스트레스 아래에서 일해야만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스트레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시급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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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긍정적 스트레스가 결여된 경우 마치 공에 바람이 빠져 더 이상 튕기는 탄성이 상실되는 것과 같이 뇌 속에서 학습에 중요한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neurogenesis)이 감소해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노출되는 스트레스 수준을 조절하고 일상에서 축적되는 스트레스를 풀어나가는 문화와 교육,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앓고 있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의 편견과 오해를 개선하는 뇌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정신병자’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원인으로 우울증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낙인’을 찍어버리는 이와 같은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우리나라는 정신 질환 진료율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한다. 우울증을 의지의 부족 또는 나약한 마음가짐의 결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장염에 걸렸다고 해서 그 증상 자체가 부끄러움이 되지 않듯이 우울증 또한 신체를 구성하는 기관의 일부인 뇌(腦)의 기능 이상으로 보고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는 의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는 주위의 관심과 더불어 과학적 진단과 치료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우울증에 대한 커밍아웃은 ‘고백’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 고백으로 인해 우울증에 따른 고통과 더불어 가슴에 ‘주홍글씨’를 달고 마치 죄인처럼 어둠 속에서 혼자 고통받도록 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따뜻한 배려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모든 이들의 마음(뇌의 기능으로 표현되는 감정, 생각 그리고 의식)이 건강한,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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