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강남의 ‘똘똘한 한 채’도 보유세 인상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서울 강남 집값이 치솟는 게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그간 많이 거론됐던 다주택자에서 고가 1주택까지 규제전선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보유세 개편과 관련해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만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꼭 맞지는 않다”면서 “다주택자를 막으니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경향이 커지는데 이 역시 투기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가 1주택에 대한 투기 역시 보유세를 높이든지, 거래비용을 높이든지, 팔 때 세금을 많이 내게 한다든지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초(超)과다 부동산 소유자를 증세의 주된 타깃으로 언급해왔는데 투기적 성격이 강한 1주택 보유자 역시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주장을 인정한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강남 4구에서도 주택이 아닌 재개발·재건축 지역만 가격이 뛰고 있는데 풍부한 자금을 가진 사람들의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강남 집값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의 새해 첫 주 시세 조사 결과 강남구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78%, 송파구는 0.71% 급등했다. 서울 전체 상승률(0.33%)의 두 배가 넘은 수준이다.
정부는 강남 투기 수요에 대한 본격적 규제에 앞서 실태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주택과 주식·예금·상가 등 다른 자산의 투자수익률을 조사해 비교해보는 작업을 진행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의 투기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통계적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강남의 투기를 잡기 위한 방안으로는 분양가상한제 카드가 유력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 3구에서 예정된 분양물량은 1만5,988가구로 전년(5,736가구) 보다 크게 늘어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낮추면 단기적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장기적 집값 안정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로또 청약’ 현상을 유발해 분양시장 과열을 조장하고 공급부족 현상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역시 고가 1주택자까지 겨냥할 수 있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서 1주택은 9억원, 2주택 이상은 6억원의 금액을 공제한 뒤 60~80%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고 공제 금액을 그대로 둔다면 다주택자뿐 아니라 9억원이 넘는 1주택 보유자 역시 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눠진 보유세 제도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대책 발표 시점과 관련해서 보유세 인상 시기를 지방선거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보유세 개편 시기를 7~8월 정도로 얘기했으나 6월 13일 지방선거 이전에라도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유세 인상은 시행령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정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정부는 사회적 협의 기구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상반기 중 고가 1주택자 증세를 포함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손을 써야 할 정도로 강남 집값이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지역으로 가격 상승이 번지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며 “섣불리 대책을 내놓았다가는 부작용만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다듬은 뒤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민준·고병기·임진혁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