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급작스러운 국채 매입 축소가 긴축 전환 신호라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주요 금융시장이 크게 술렁였다. 잇따른 채권가격 폭락(수익률 급등)에 ‘채권왕’ 빌 그로스는 ‘채권 약세장 진입’을 선언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007%포인트 오른 2.548%를 기록하며 지난해 3월 17일 이래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물 수익률은 2.074%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0.036%포인트 오른 0.47%에 거래됐다.
국채 수익률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전일 BOJ가 만기가 돌아온 10~25년 장기국채의 재매입을 100억엔 가량 줄이는 ‘서프라이즈’를 단행하면서 일본이 긴축으로 전환했다는 시각이 확산된 때문이다.
시장이 경기 호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자 이날 원유 선물도 1.4~2% 급등했고, 10일 오전 장중 브렌트유 2월 선물이 배럴 당 69달러를 돌파하며 유가 랠리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관측을 낳았다. 엔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이어가며 10일 도쿄환시에서 오전 한때 달러 당 112.17엔까지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채권 투자왕 빌 그로스는 “추세선이 깨졌다”며 “채권시장이 베어마켓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경기호전 전망에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가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시장이 이를 반영하면서 ‘긴축 지각생’ BOJ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BOJ의 조치가 본격적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신호라 볼 수 있을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큰 쇼크는 아닐 것”이라 밝히면서도 2016년 9월 BOJ가 국채매입 규모에 무게를 둔 통화정책에서 수익률 곡선을 조정하는 일드커브 통제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느린 자산 감소를 언급해 왔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FT는 “(디플레이션 탈출 추진 단계인) BOJ가 긴축으로 전환한다면 미국과 유럽의 긴축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전하는가 하면 “BOJ가 수 차례 저금리의 위험성을 경고해왔음을 감안할 때 긴축 움직임이 느리게 진행될 지 의문”이라는 평까지 싣는 등 긴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FT는 “정책변화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보이지 않지만 투자자들이 통화정책에 매우 민감하다”는 일각의 시선도 함께 전했다.
반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문가 기고를 통해 “장기 국채매입 축소 이후 출구전략 여부를 묻는 해외 투자자의 문의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다”며 “유로화 매수가 주춤하면 다음 타깃은 일본이라는 인식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날 시장의 반응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BOJ의 출구전략 현실화가 미 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뒤흔들 주요 관측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데 동의하기 시작했다. 복수의 외신들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완화 흐름을 이어온 일본도 결국 글로벌 추이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며 “경기 호전 전망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시선은 올 한해 주요국 중앙은행 행보를 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