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융권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부당대출’이 도대체 무엇인지 진의(眞意)를 파악하느라 이날 몸살을 앓았다. 만약 은행들의 대출 과정 중 특정 행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면 당장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법이나 대부업법 등에 포함된 법적 용어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이라는 것인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다만 대통령이 금융을 여전히 적폐의 한 축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부당대출이 은행의 특정 행위를 지칭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크게는 금리 산정 체계부터 작게는 창구에서 벌어지는 ‘꺾기’ 관행까지 은행 대출 전반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측면에 대해 대통령이 지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발언에 특별한 의도가 담겨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이번 신년사를 계기로 대출금리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연체이자를 포함한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들이 가산금리나 연체금리를 급격히 끌어 올리지 못하도록 제어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별도로 이날 문 대통령이 “7월부터 신용카드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겠다”고 밝힌 발언을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금융위는 문 대통령 발언 직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카드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돼 올해가 아닌 내년 1월 시행하고 올 7월에는 앞으로 당정 협의 등을 거쳐 카드수수료 원가 항목인 밴 수수료 산정 방식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되면 소액결제 비중이 높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이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드 업계에서는 아직 논의도 거치지 않은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