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클로젯’은 전 세계 200여곳 이상의 지사를 보유한 최대 에이전트 IMG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IMG는 세서미스트리트·내셔널지오그래픽·심슨가족·코스모폴리탄 등 다양한 지적재산 라이선스를 보유한 라이선싱계의 글로벌리더다. 해외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여온 비욘드클로젯을 유심히 본 IMG는 비욘드클로젯을 패션을 넘어 홈퍼니싱·텍스타일 등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을 가졌다. 패션 전문가들은 IMG의 이번 파격 계약을 두고 “비욘드클로젯이 코리아 명품으로 픽업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숨은 진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되는 한류 열풍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새로운 유통채널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진정한 한국산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시장의 패션·뷰티·식품·문화 등 전 영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가 프리미엄이나 하이엔드로 각인되고 있다.
이 같은 신흥 명품들은 기존 명품과 럭셔리의 개념이 새롭게 재정의됨에 따라 뚜렷한 정체성(identity)을 지니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브랜드나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또 SNS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과 만나면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럭셔리 마케팅 전문가인 한영아 애술린코리아 대표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오래된 전통만을 고수하거나 스토리텔링과 품위를 내세우는 명품의 판타지에 열광하지 않는다”며 “가성비와 더불어 브랜드나 제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가심비가 ‘광기(크레이지니스·crazyness)’와 만나 생성된 ‘네오럭셔리’에 소비자들이 표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1030세대 밀레니얼들을 비롯한 요즘 소비자들은 타인이 내가 사용하는 브랜드를 알아주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나만 아는 명품을 직접 골라내 타인에게 인정받는 재미를 만끽하기도 한다. 홍보전문가 정유경 윌로우커뮤니케이션 부장은 “과거에는 명품으로 나를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인증해 보임으로써 내 안목이 명품이라는 것을 입증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류는 한국산 명품의 재발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K팝 스타들이 입는 옷, 먹거리 등 라이프스타일은 코리아 명품에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세계 여성들의 뷰티 기준을 바꾼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이나 ‘정관장 홍삼’ 같은 기존 선두주자들에 이어 제2, 제3의 명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포항 산간에 숨어 있던 죽장연의 전통장도 해외에서 이름 난 한국 셰프가 쓰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알려졌다. 밀레니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인터넷 편집숍 ‘무신사’도 신생 브랜드지만 명품 대접을 받는다.
계한희 디자이너의 ‘카이’는 한국의 스트리트 감성을 고급스럽지만 재미(fun)있게 풀어낸 스트리트 패션이지만 옷 한 벌당 70만~100만원씩이나 한다. 크록스 홍콩 지사가 얼마 전 카이와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했을 정도로 유명해지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도 가성비 ‘갑’의 대명사인 이마트 ‘노브랜드’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미국 ‘킷캣’에 굴욕을 안기며 하이엔드급 스낵 대우를 받고 있다. 한식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한국 도자기는 세계 각국 미슐랭 셰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샌프란시스코·뉴욕·홍콩·상하이·리옹 등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고급 식기로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헤어커트 한번에 300만원을 호가하는 킴로빈슨이 라뷰티코아의 현태 대표를 찾아 커트와 펌 기술을 배워갈 정도로 한국의 헤어·메이크업이나 보톡스·치과미용 등 한국형 뷰티 기술도 최근 한류 열풍과 함께 세계적인 명품의 반열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