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둘러싼 부작용과 잡음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를 뒤흔들 새로운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면서 여당의 지지층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권 내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역대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600만명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들이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릴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되던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00만명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이어가던 국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 해에만 무려 20만명 넘게 늘어나며 같은 해 9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72만명으로 다시 600만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 일자리를 찾지 못한 20~30대와 퇴직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50~60대 이상 고령층이 자영업 시장에 대거 몰려든 결과다. 이처럼 포화상태에 도달한 업종 내 치열한 경쟁에 더해 당장 올해부터 16% 넘게 크게 뛰어오른 최저임금, 본격 시행을 앞둔 근로시간 단축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국갤럽이 9∼11일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자영업자의 절반 가까운 48%가 ‘부정적’이라고 답해 ‘긍정적(33%)’이라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이는 ‘긍정적(38%)’과 ‘부정적(39%)’ 전망 비율이 거의 엇비슷한 전체 응답자 평균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자영업자들은 ‘불리하다(49%)’는 응답이 ‘유리하다(9%)’보다 5배 넘게 높았다. 또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질문에도 자영업자의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높다(46%)’고 답해 ‘적정하다(38%)’는 의견을 앞섰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점점 커지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 철회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8~10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자영업자의 지지율은 40.5%로 일주일 새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평가 역시 긍정평가 비율은 줄어든 반면 부정평가가 늘었다.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현장의 잡음이 커지면서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정부 여당의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적 평가의 두 번째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이 꼽혔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경우 5개월 뒤 열리는 지방선거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자영업자는 사실상 가족기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역대 선거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70%에 육박하곤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을 포함한 현장의 불만이 계속 쌓일 경우 지방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역대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자영업자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는 공식이 어김없이 성립했다. 문 대통령이 낙선했던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자영업자 득표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크게 뒤지면서 대권을 내줬다.
이를 노린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집중 부각시키며 정부 여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저임금 후폭풍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권이 이제 와서 여기저기 뛰어다니지만 사후약방문”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은 카드수수료 인하와 임대료 상승 억제 등 추가 지원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도 장하성 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이슈를 조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상당히 어려운 지방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현상·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