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우리 정부의 추가 조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한일관계는 물론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국 공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는 10억엔의 취급에 관한 논의 등 합의 재검토에 연결될 수도 있는 협의에는 일절 응하지 않을 태세”라며 “(일본 정부 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만약 한국 정부가 위안부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일관계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 회의(밴쿠버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만나더라도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보다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에 대한 갈등에 더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강 장관이 고노 외무상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문제도 암운이 더 짙어졌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재개를 위한 협의도 계속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지난해 부산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중단한 바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정부의 위안부 합의 추가 조치로 한일 양국이 서로 손해를 보는 ‘루스루스(lose-lose)’ 상황이 됐다”며 “일본이 북핵 공조에서 완전히 이탈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협력과 지지가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나 파기를 선언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본도 대북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한일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부산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때와 달리 주한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사히신문은 “한일관계 악화는 대북 협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바꾸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 정부가 역사 문제와 안보·경제협력을 분리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뜻에 큰 틀에서 동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 보수층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아베 총리 평창올림픽 불참 결정’ 요구에 대해서도 “이웃 국가인 한국과 일본(관계) 간 냉각에 대해 안팎에 강한 인상을 줄 것”이라며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 또한 “일본도 4월께 한중일 정상회의를 추진 중이라 한일관계의 출구가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일관계는 일단 위안부 합의 문제와 분리해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정·변재현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