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집중 매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과거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가면 반등을 우려해 매수를 줄이거나 차익 실현에 나섰던 해외 투자가들이 원화 강세에 베팅하며 사들이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조 4,728억원, 5,385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 전체에서 모두 2조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같은 기간 6,901억원 순매수에 그친 개인과 2조 8,096억원을 순매도한 기관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새해 들어 9거래일 중 이틀을 제외한 나머지 7거래일 모두 사들이면서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외국인 투자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환율 하락에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첫날 1,070원 아래로 내려간 원·달러 환율은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064.8원에 마감했다. 원화가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 향후 반등에 따른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외국인 투자가들은 그동안 국내 증시에 투자를 축소한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집중 매수에 나서며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50원선까지 떨어졌던 지난 8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910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환율을 바라보는 글로벌 기준이 달라졌다며 외국인들이 원화의 추가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1,100원 아래 환율에서도 순매수 규모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늘리고 있다”며 “원화 강세의 지속을 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 사이에 있을 때 외국인 투자가의 일평균 순매수 금액은 1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외국인은 같은 환경에서 일평균 3,121억원을 순매수하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베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순매수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 글로벌산업분류(GICS) 업종으로 구분하면 소재·금융·산업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해당 업종 중 철강·화학·은행·증권 등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이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포스코(3,108억원), 현대차(005380)(1,573억원), 신한지주(055550)(1,506억원), OCI(010060)(1,398억원)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