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나 위중한 입원환자들을 진료하지 않는 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가정의학과·핵의학과 등은 추가 모집을 허용하면서 뇌졸중·뇌전증·뇌염 등 긴급하고 위중한 뇌질환을 진료하는 신경과 전공의 추가 모집을 불허하는 것은 반인륜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5개 대학병원은 원칙적으로 1회만 전공의를 모집할 수 있는 전기(前期)모집 병원이고 신경과는 전체 전기·후기(後期)모집 수련병원의 26개 과목 평균 1차 정원충족률을 웃돌아 추가모집 대상이 아니다”며 불허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뇌전증학회와 함께 추가모집 허용을 촉구한 대학병원은 분당차병원, 동아대병원(부산), 순천향대 천안병원, 을지대병원(대전), 인제대 부산백병원으로 전기모집에서 신경과 전공의를 1명도 뽑지 못했다.
2018년도 전공의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은 26개과 3,150명이며 지난해 전기·후기 1차 전형을 통해 92%(2,902명)의 전공의를 뽑았다.
전기모집 병원은 후기모집 병원에 비해 전공의 선발 우선권을 갖는 반면 원칙적으로 1회만 레지던트를 뽑을 수 있다. 후기모집 병원은 전공의를 우선 선발하지 못하는 대신 결원이 발생하는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추가로 뽑을 수 있다.
다만 전기모집 병원들의 특정과목 전체 정원충족률이 모든 전기·후기모집 병원과 과목의 1차 전형 평균 정원충족률보다 낮은 경우 대한병원협회가 사무국 역할을 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추가모집 여부를 결정한다. 2018년도 전기모집 병원의 레지던트 추가모집 과목은 가정의학과, 결핵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예방의학과, 외과, 진단검사의학과, 핵의학과, 흉부외과 등 11개로 결정됐으며 추가합격자는 이달 9일 발표됐다. 반면 신경과는 평균 정원충족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아 추가모집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학회는 “지난 5년간 보건복지부의 지나친 신경과 전공의 감원 때문에 대부분 대형병원 신경과 전공의 정원이 1명에 불과해 미국·일본·유럽에선 5~10명이 해야할 진료를 1명이 하느라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며 “레지던트를 선발하지 못하면 기존 전공의들의 업무 강도가 과중해져 전문의 수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모 대학병원에서는 2~4년차(인턴 포함) 신경과 전공의들이 격무에 지쳐 중간에 모두 그만둬 병원 전체에 신경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상태가 됐다.
홍승봉 뇌전증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졸중은 발생 후 수시간 안에 치료제를 투여하면 회복되지만 이를 놓치면 평생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로 살아야 하고 뇌전증중첩증(경련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현상)은 10분 안에 조절하지 못하면 심각한 뇌손상이 발생한다”며 “신경과 전공의 추가모집을 불허하는 것은 뇌졸중·치매 등 부모 세대의 질환을 책임지겠다는 문재인케어에 완전히 반하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몇몇 전기모집 병원의 신경과가 정원미달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추가모집 기회를 주면 후기모집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를 충원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며 “몇몇 병원의 민원 때문에 관련 지침을 바꿀 경우 정부 행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공의를 뽑지 못해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면 의사를 채용하든, 병상 규모를 줄이든,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