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테틱 뷰티 브랜드 ‘라뮤즈’의 이광걸 대표는 굵고 얇은 패션 반지와 골드·실버 팔찌를 레이어링 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해내는 50대 그루밍족이다. 몇 년 전만해도 40~50대 남성들이 여성들처럼 주얼리로 멋을 내는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주얼리를 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컬러풀한 제품도 즐겨 찾는다. 이 대표는 “당일 기분에 따라 반지에 종교적이거나 사랑과 관련한 의미 있는 문구를 새겨 넣은 제품으로 멋도 내기도 하고 기분 전환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그루밍족들이 화장품, 클러치, 의류, 문구류에 이어 이번에는 주얼리에 꽂혔다. 스트리트패션, 스포티룩 등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패션의 영향으로 남성들도 여성들처럼 여러 개 겹쳐서 멋을 내는 레이어링 반지와 팔찌를 즐겨 착용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정장에도 가죽 팔찌나 고급 시계로 포인트를 주는 남성들의 모습이 적잖이 포착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패션으로 자신을 적극 표현하는 밀레니얼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시계와 잘 어울리는 보테가베네타의 가죽 팔찌, 구찌의 실버체인 팔찌, 크롬하츠의 시그니처인 해골 반지를 겹겹이 착용해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맞춰 유니섹스 실버 브랜드들도 덩달아 인기다. 컨템포러리 실버 브랜드 ‘프리카’와 빈티지 실버 브랜드 ‘워스워드’가 대표적. 실제로 프리카와 워스워드는 10%였던 남성 비중이 최근 30~40%까지 증가했다. 프리카는 홈페이지에 반지와 팔찌의 다양한 레이어링 스타일을 제시해 소비자의 스타일 연출을 돕고 있다.
한용주 워스워드 대표는 “과거에는 캐주얼 복장에만 팔찌를 찼지만 이태리 멋쟁이 남성들처럼 정장에도 팔찌를 착용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주얼리 시장에서 40~50대 남성들이 큰 손으로 떠올랐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얼리 장르 매출이 6.2% 늘어난 가운데 남성 주얼리 분야는 31.2% 증가했다. 남성 고객 수도 같은 기간 19.3% 늘었다. 프레드와 다미아니 등 고가 브랜드에서도 남성 매출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이번 봄·여름 시즌 남성 액세서리는 ‘화려함’을 강조한 상품이 대세인 가운데 랑방, 톰브라운, 발렌티노 등 럭셔리 브랜드 역시 이번 봄·여름 시즌 와펜 장식의 벨트, 체인을 연상케 하는 팔찌 등을 선보이며 남성 고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주얼리 전체 매출이 1.7% 늘어난 가운데 남성 주얼리만 10% 증가했다. 입점 1년 미만인 프레드의 경우 ‘포스텐(Force 10) 팔찌’의 인기로 매달 목표 대비 100% 이상 달성했다. 포스텐 팔찌의 경우 구매고객 70% 이상이 남성이다.
이흔후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과거에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남의 눈치를 봤던 남성들이 요즘에는 직접 구입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기념일 등의 상징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코디를 위한 구매가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