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 이후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매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나 원내대책회의 등 공개석상에서도 가상화폐와 관련한 당 지도부의 발언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가상화폐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냥 손 놓고 있겠냐”면서도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이 가상화폐 논란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핵심 지지층인 2030의 반발과 투기 광풍 차단 사이에서 고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이용자 중 약 60%는 20~30대가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전체 유권자의 35%를 차지하는 이들 연령층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꼽힌다. 자칫 가상화폐 규제강화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경우 당장 5개월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2030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여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야당은 반사이익을 노리며 대안 없는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연일 가상화폐시장 혼란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며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구체적 대안이나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데다 설익은 대안을 제시했다가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가상화폐 대책 관련 법안은 박용민 민주당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거의 유일한 실정이다. 야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입법논의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야당 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규제의 찬반 여론이 맞서는 상황에서 야당이 먼저 가상화폐 대책에 너무 깊숙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여당이 오락가락하며 스스로 지지율을 갉아먹기를 기다리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