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혼란만 부추기는 교육정책 얼마나 더 봐야 하나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대신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은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표현도 나왔다. 유아를 사교육으로 내몬다는 학부모들의 성토에 반성문을 쓴 셈이다.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이번만이 아니다. 영어교육과 관련해서는 네 번이나 입장을 바꿨다. 금지 발표 직후 ‘미확정’으로 바뀌었고 다시 ‘시행유예 검토’를 했다가 마지막에는 ‘원점’이 됐다.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수능 절대평가는 확대하기로 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1년 유예했고 자사고·외고도 폐지에서 우선선발권 박탈로 한발 물러섰다. 특성화고의 현장실습 즉시 폐지, 교장공모제도 시작과 끝이 달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교육 분야에 대한 지지가 최하위로 처져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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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혼란은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당연히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대통령 공약 실천에만 매달리느라 이러한 과정을 생략했다. 여론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영어교육을 금지하면 사교육을 시키겠다는 학부모가 90%나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이조차 건너뛰었다. 교육부 발표대로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가 과도한 사교육이라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성급하게 학원을 때려잡겠다고 달려들면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우리 교육이 혼란에 빠진 것은 공교육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양질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외국어학원에 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안 간다. 공교육 정상화가 교육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사교육 폐해를 없애는 것은 이를 위한 과정일 뿐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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