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은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을 이끈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가족과 짧은 휴가를 보낸 뒤 16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정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올림픽 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들을 위한 특별 엔트리를 추가할 예정이어서 우리 선수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주장. 그러나 머리 감독은 아이스하키가 조직력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단체종목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머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노력과 실력으로 따낸 자리고, 우리 선수들 스스로 올림픽에서 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북한 선수를 추가할 경우 우리 선수들에게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조직력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했다.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의는 지난 6월에도 있었다. 머리 감독은 6월도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남북한 단일팀을 진심으로 구성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그때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6월에 단일팀 얘기가 나왔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어서 이틀 전에 우리 스태프로부터 단일팀 얘기를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다”며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보니 단일팀 논의가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 중인지 알 것 같다.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나로서는 충격적”이라고 했다.
다만 머리 감독은 “단일팀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게 우리 대표팀이 올림픽에 부진한 결과를 내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며 “선수들에게도 단일팀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이니 우리는 훈련에만 집중하자고 말할 생각”이라고 했다.
머리 감독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직접 지켜본 북한 선수 중에서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 등 2~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만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우리 1∼3라인에 들어올 만한 수준의 선수는 없고, 또 10명까지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직도 단일팀 논의가 잘 믿기지 않는다”며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경기 엔트리 구성 권한이 있는) 나에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