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최저임금 등 그대로 시행땐 1년 예산 넘는 465조 추가비용"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 발표

대기업 부담, 하청업체 전가 우려

중기 매출 줄면 인력 감축 불가피

근로단축 등 업계 현실 고려해야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가 17일 오전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 주최로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중앙회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가 17일 오전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 주최로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중앙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현 노동정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465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정부의 올해 예산 428조8,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대기업에 의존적인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대기업의 부담이 하청 중소기업으로 전가되면서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것으로 관측됐다.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는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 주최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대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은 인상의 타당성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고 산정 및 적용 방식에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면 사용자의 추가 인건비는 75조6,000억원, 근로시간을 2021년까지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면 323조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도 66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더욱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제조기업의 47%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산업구조에 있다”며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대기업의 비용 증가와 매출감소 부담이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좁은 산입범위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최저임금은 전체 임금근로자 임금의 중간값인 중위임금 대비 68% 수준으로 OECD 기준 빈곤선인 50%를 상회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에 특별급여·초과급여와 같은 추가 수당을 더하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104% 수준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국가별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을 살펴봐도 독일 48%, 네덜란드 50%, 일본 40%, 미국 50% 등으로 모두 한국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확실한데 기업들의 매출 상승이 담보되지 않을 때 기업은 위기에 빠진다”며 “특히 영세 중소기업은 인력감축과 같은 구조조정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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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정부가 이 같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노동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책으로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소비자물가지수와 근로자 생계비, 임금상승률로 명확화하고 연령·산업·지역·직능별 차등적용과 함께 산입범위도 기본급 이외에 고정상여금과 숙식수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전체 부족인력의 55%를 차지하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 시 주 최대 8시간의 특별연장 근로를 허용할 수 있게 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해고 유연화 등 법체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주요 노동정책들을 개별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한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하자”고 제언했다.

롤랜드버거는 지난 1967년 독일에서 설립된 유럽 최대 컨설팅 업체로 자동차와 인프라 구축, 에너지, 국가전략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할 때 컨설팅을 맡은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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