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비용 부담으로 당장 생존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추가 부담은 기업 전체 비용 중 0.68%에 불과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18일 180석의 방청석을 가득 채운 대법원 대법정에서 휴일수당과 연장근무수당의 중복가산금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노사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의 산업활동이 당장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과 기업의 비용 부담보다 사회적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이들은 13명의 대법관 앞에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주장을 펼쳤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근무한 것을 휴일근로뿐 아니라 연장근로로도 인정해 수당을 더 매겨달라고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날 열린 공개변론에서 특히 가산임금 중복지급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양측은 참고인들을 앞세우며 적극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하려 했다.
피고 대리인인 김지연 변호사는 “휴일수당과 연장근무수당이 중복지급될 경우 기업 부담은 7조원을 넘어선다”며 “7조원이 넘는 비용 가운데 72%를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해 중소기업은 직접적인 생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많은 기업이 신규 인력 채용에 부담을 가지거나 신규·해외 투자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여기에 중복할증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으로 기업들은 소송 대응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등 경제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원고 측 대리인인 장석우 변호사는 “중복가산 시 기업에 일부 부담이 있겠지만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며 “30인 이하 사업자의 경우 1인당 기업 부담액은 200만원”이라고 반박했다.
장 변호사는 이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휴일 및 연장근로시간을 억제하면 13만~16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여기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여가생활 증가, 일과 생활의 균형은 물론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산업재해를 줄이는 등 사회적으로 이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률 변화에 대해서도 의견차이를 드러냈다. 피고 측 참고인인 김유선 한국노동자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된 2004년과 비교해서 근로시간 단축이 마무리된 2011년에는 고용률이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고 측은 “외환위기 이후 총노동공급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 것으로 보면 2000년대 노동시간이 단축되지 않았다면 실업자는 지금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휴일근로시간이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와 포함될 경우 가산임금의 중복지급 여부도 쟁점이 됐다. 특히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1주간’과 ‘근로시간’에 대한 의미의 해석을 두고 서로 다른 기준을 내세우며 공방을 펼쳤다. 근로기준법에는 하루 기준근로시간이 8시간, 1주간은 40시간,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휴일근로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어 ‘1주간’에 휴일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핵심이 됐다. 원고 측은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 측은 68시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은 1주일에 휴일이 포함된다고 봤고 피고 측은 휴일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휴일근로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오는 4월 판결 선고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