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해외에 보유한 2,5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의 현금 송환과 통 큰 투자계획을 선물로 내놓았다. 법인세와 해외 현금 송환세를 낮춘 ‘트럼프 감세안’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애플을 신호탄으로 미국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유보금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투자계획을 쏟아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애플은 17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에서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추정 세금 380억달러를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밝힌 추정 세금에 15.5%의 세율을 적용하면 애플이 미국으로 들여올 자금은 총 2,45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CNBC방송은 “이는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 대부분을 송환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말 해외 현금 송환 세율을 한시적으로 15.5%로 낮춰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애플은 35%의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애플은 미국 주요 기업들 가운데 해외 현금 보유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발표 후 트위터에 “내 정책이 애플 같은 기업들의 현금을 미국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미 노동자와 미국이 크게 이긴 것”이라고 애플의 결정을 환영했다.
주요 외신과 경제전문가들은 애플을 시작으로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은 현금이 대거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송환세 시행으로 미 기업의 해외 이익보유금 중 많게는 4,000억달러가 미국으로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로 이전했던 공장의 국내 이전과 미국 내 시설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날 성명에서 해외 현금 송환 외에 “앞으로 5년간 미국 경제를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3,500억달러를 기여하겠다”며 대규모 투자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300억달러의 자본 지출을 통해 직접고용 인력을 2만명 늘리고 미국 내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선진제조업펀드에 50억달러를 투입하는 계획 등이 공개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준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가 10억달러를 투자해 픽업트럭 생산공장을 멕시코에서 미시간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선 기간 나는 우리나라로 사업과 일자리를 되돌려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생산공장을 멕시코에서 훌륭한 노동자들이 많은 미시간으로 옮긴 크라이슬러 같은 회사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