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씨가 개인 비리를 저질러 받게 된 항소심에서 형이 추가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선재 부장판사)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9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씨의 회사 유아이에너지에 대해서도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2013년 이후 횡령 등 혐의로 여러 차례 기소된 최씨는 1심에서 세 번의 판결을 받아 총 징역 7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아이에너지와 현대피앤씨의 회삿돈 430억여원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6년 11월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그는 건강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틈을 타 도주했다가 검거됐다. 도피를 도운 이들에게 차명 전화를 제공한 혐의까지 드러나 징역 1년이 더해졌다.
이어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으로부터 건설공사를 수주받은 J건설이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자 사우디 왕자와 정부 고위 인사에게 부탁해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겠다며 금품을 챙긴 혐의로 다시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대체로 유지했고, 일부 혐의만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이라크 쿠르드 정부로부터 이동식 발전설비(PPS) 공사대금으로 받은 미화 2천700만 달러를 횡령했다는 혐의 중에서 230만 달러 정도를 “불법 영득 의사가 없다”며 무죄로 봤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게 로비해 주겠다며 5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만 인정한 1심과 달리 “5억원 모두 고의로 돈을 가로챈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씨의 행위들로 인해서 주식시장의 신뢰가 훼손됐고 선의의 불특정 다수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휠체어에 탄 채 법정에 나왔다.
그는 선고가 끝난 후 재판장이 일부 무죄가 난 혐의를 법원 인터넷 사이트 등에 올리고 싶은지 물었지만 “이런 보복 판단에 제가 무슨 정신이 있어 공시하고 말고 말씀드리겠느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다”고 외쳤다.
최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3남 홍걸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체 등의 뒷돈을 받아 챙겨 파문을 일으킨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