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롯데백화점은 이른바 ‘평창 롱패딩’ 열풍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스 업체인 롯데백화점이 만든 이 제품은 판매 초반부터 밤샘 줄서기 풍경을 이끌며 3만 벌을 순식간에 팔아 치우는 공전의 대 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평창 롱패딩 성공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롯데백화점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2016년 3월. 이후 롯데백화점 평창 라이선싱팀 바이어들이 1년 이상 전국을 누빈 끝에 나온 값진 결과물이었다.
실제로 초기에는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너무 낮아 선뜻 롯데백화점과 손잡으려는 제조사가 없었다. 바이어들은 “올림픽 상품을 만들어 봐야 누가 사느냐”며 대부분의 공장들이 손사래 치는 가운데 열 군데 이상 퇴짜를 받은 뒤에야 간신히 ‘신성통상’과 손잡고 제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난관은 또 있었다. 한국 대표 상품으로 꼽힌 마스크 팩과 홍삼, 휴대폰 케이스 등을 먼저 제작해 품평회까지 마쳤는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판매 불가 방침을 내린 것. 다른 올림픽 후원사와 상품군이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롯데백화점 평창 라이선싱팀은 롱패딩을 아이템으로 삼아 이 고비를 돌파하기로 했다. 슬로건도 좀 더 보편적인 의미의 ‘패션, 커넥티드’로 정했다. ‘평창’과 ‘팀 코리아’는 올림픽이 끝난 뒤 입기 꺼려진다는 이유와 외국인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각종 장애물을 뚫고 만들어낸 평창 롱패딩은 결국 지난해 말 최고 히트 상품이 됐다.
최은경 롯데백화점 평창 라이선싱팀 치프바이어(수석 상품기획자)는 “링거 맞으며 밤새도록 회의하고, 전국을 누비며 시장 조사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며 “‘처음에는 올림픽에 누가 관심 있느냐’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백화점 러시아 법인에서 5년 넘게 근무하며 소치 동계올림픽 열기를 체감했던 김재열 롯데백화점 평창 라이선싱팀장은 “기획·디자인·품질 검사·샘플 제작·상품 출시 등을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았다”며 “설문 조사부터 시작해 유통·디자인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공장을 섭외하느라 등에 땀 나도록 뛰어다녔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평창 롱패딩 대박 성공의 기세를 몰아 올해부터 평창 스니커즈, 손가락 하트 장갑, 스노우볼, 성화봉 및 경기장 모형, 망토 담요 등 각종 굿즈로 인기몰이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들 제품 역시 롯데백화점의 노력과 롱패딩의 성공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 제품들이었다.
평창 굿즈 가운데서도 이미 지난달 사전예약 20만 족을 돌파한 평창 스니커즈는 또 다른 기대주다. 또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손가락 하트 장갑’과 마스코트를 활용한 스노우볼·성화봉 및 경기장 모형·망토 담요 등 다양한 상품도 선보인다. 공식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은 이달 9일까지 벌써 15만 개나 판매됐다.
김 팀장은 “고객들이 평창 굿즈에 열광할 때마다 그동안 고생에 대해 보상 받는 것처럼 기쁘다”며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로서 연구·개발·제작·마케팅까지 전 단계에 걸쳐 노력한 만큼 전 세계인에게 추억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