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현송월 방남]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미소 지을 뿐 묵묵부답

■이모저모

서울역 취재진·경찰들로 북새통

현, 화려한 모피 목도리에 롱코트

시민들과 같은 KTX 타고 이동

강릉아트센터서 150분 머물며

음향·의상실 등 꼼꼼히 점검

2215A08 예술단 일정




경찰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경찰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 시민들이 21일 강릉역에 도착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찍고 있다./강릉=연합뉴스강릉 시민들이 21일 강릉역에 도착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찍고 있다./강릉=연합뉴스


“현송월이 지금 KTX 타러 오고 있다고?” 서울역 대합실이 술렁거렸다.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눈길은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이동상황을 중계하는 TV 화면에 일제히 집중됐다. 점검단 도착 사실을 몰랐던 이용객들은 곧 이들이 서울역에 도착할 것이라는 중계방송이 흘러나오자 신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점검단 7명이 21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오전8시57분 차량을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며 오전9시2분께 경기 파주의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CIQ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지원을 위한 정부합동지원단의 이상민 국장과 지난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 나가 현 단장을 만났던 한종욱 통일부 과장 등이 이들을 맞았다. 점검단은 오전9시17분께 필요한 수속을 마친 후 대형버스 2대를 이용해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서울역광장은 이른 시각부터 수백명의 취재진과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버스 도착 약 5분 전 경찰 경비병력이 점검단의 진입 동선을 따라 서울역광장을 가로지르는 긴 폴리스라인을 발 빠르게 구성했다. 경찰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이날 서울역 일대에 9개 중대 720명을 배치했다. 역 주변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기한 듯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발길을 멈춘 채 ‘무슨 일이 있냐’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0시23분께 점검단이 탄 버스 두 대가 서울역광장에 진입했고 현 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 단장은 짙은 군청색 롱코트에 화려한 모피 목도리를 두른 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플랫폼으로 향했다. 방남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려 한 노력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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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점검단과 일반 시민들이 같은 KTX를 타고 이동하는 색다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현 단장이 탄 강릉행 열차는 북측 점검단을 위해 특별편성됐지만 일반 시민들도 탑승이 가능했다. 점검단과 정부 관계자들이 탑승한 7호차와 8호차는 출입이 통제돼 접근이 원천 차단됐지만 시민들은 바로 앞칸에 북측 점검단이 탄 것만으로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낮12시45분께 KTX가 강릉역에 도착하자 점검단은 곧장 출구로 향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강릉역의 분위기는 서울역에 비해 뜨거웠다. 수백여명의 시민과 열차 이용객은 경찰 통제선 뒤에서 사전점검단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서울역에서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던 현 단장은 강릉 시민들의 환대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버스를 타려는 점검단을 향해 한 시민이 “예뻐요”라고 외치자 현 단장은 뒤돌아보며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현 단장 일행은 강릉 공연 후보지인 황영조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를 잇따라 방문했다. 황영조체육관에서 10분 남짓 머문 것과 달리 강릉아트센터에서는 150분간 머물며 음향과 분장실·의상실까지 점검했다. 이에 따라 강릉아트센터가 공연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현장에서 나왔다. 현장점검을 마친 후에는 만찬 장소이자 숙소인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로 이동했다. 현 단장 등은 호텔 19층 오션뷰 VIP룸 3개 객실에 숙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은 17일 공식 오픈한 최신 호텔로 지하 3층, 지상 20층에 538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일부 시민은 점검단의 방한이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청량리역에서 점검단과 같은 열차에 탑승한 김모(60)씨는 현 단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열차표를 급하게 구해 타려는데 어디 플랫폼인지 전광판에 나오지 않아 놓칠 뻔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와 누리꾼은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유니폼에 ‘COR’를 새기고 뛰면 우리 선수들이 북한 선수로 둔갑해 북한 내 선전용으로 쓰일 것”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쓰는 단일팀 때문에 평창올림픽에서 태극기·애국가가 지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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