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 24시] 북핵, 결국 대화로 해결된다

오준 전 유엔대사·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효과적 대북제재 통해

비핵화 대화의 길 열고

한반도 평화 구축해야

오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전 유엔 대사오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전 유엔 대사





얼마 전까지 유엔 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북핵 문제와 관련된 강의나 토의에서 아래와 같은 질문과 답변을 자주 하게 된다.

-북한 핵 문제를 제재와 압박이 아닌 평화적인 대화로 해결할 수 없나요.

△물론 북핵 문제는 대화로 해결돼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죠. 과거에도 협상을 통해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같은 합의를 도출한 적이 있습니다. 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 하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대화에 나온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를 통해 대화에 나오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거죠. 무력으로 굴복시켜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보다 훨씬 더 평화적 방법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결국 대미수교나 주한미군의 철수라고 보는데 그런 것을 들어주면 제재 없이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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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 비핵화를 맞바꾸는 것은 좋은 타협이 된다고 봅니다. 2005년 9·19 공동성명 3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양자 간 현안을 해결하고 전면적 외교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양자 대화를 개시한다’고 되어 있죠. 이번에는 어떤 타협이 가능할지 예단할 수 없지만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같이 과거에 포함되지 않았던 조건을 들고 나올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어쨌든 비핵화 대화가 시작돼야 북한이 원하는 것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 후에도 한미 군사훈련이 공동성명을 먼저 어겼다고 주장하고 1차 핵실험을 했는데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북한 핵개발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북한의 핵개발 중지는 현시점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핵능력이란 어차피 입증되는 것이 아니고 추정되는 능력이므로 어느 정도의 실험을 거쳐 무기화에 성공했으면 핵능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해야죠. 과거에 인도·파키스탄도 5회 정도의 핵실험으로 핵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핵실험을 여섯 차례 한 북한의 핵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죠. 따라서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나 축소를 검토한다면 북한의 ‘중지’에 상응하는 조치보다는 북한 비핵화와 연계해, 즉 북미 관계 정상화의 한 부분으로 검토될 수는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교수님은 유엔 대사로서 ‘북한 주민이 우리에게 아무나가 아닌 형제자매’라고 발언했는데 그들을 가난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통일의 길로 나서기 위해서라도 북핵과 남북 관계를 분리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이 우리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꼭 북핵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나요.

△지난 10년간 북핵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안보 문제의 하나로 커졌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해결 국면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북한과의 경제 관계를 대부분 차단하고 있죠. 이런 제재하에서 북한과 대화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의미 있는 협력사업을 재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남북 대화와 협력을 통한 통일의 길로 다시 나서려면 북핵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북한이 대북 제재에서 느끼는 고통과 거기에서 벗어남으로써 받게 될 혜택의 인센티브가 충분히 강력해야겠죠. 즉 남북 관계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형제자매인 북한 주민의 고통을 빨리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효과적인 제재로 북한이 현실적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제재에 구멍이 뚫려 ‘북한 대 전 세계’ 간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북핵 해결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이 다시 나오는 등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에게도 북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대화를 하고 나면 우리가 발명한 것도 아닌 핵무기가 왜 이처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엮이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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