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2018 싱크탱크 제언] 경제정책 단기성과 조급증 버려야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세계 경제 회복세 낙관 말고

금리 인상 대비 부채 관리 등

내실있는 위험관리 필요한 때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만에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년간 종전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왔으나 지난 2017년 소폭이지만 오히려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2016년 3.2%에 그쳤지만 2017년 3.6%, 2018년 3.7%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뿐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국 대부분이 동시에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경제도 2017년 성장률이 연초에는 2% 중반대에 그칠 것으로 보였지만 3%를 소폭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에도 3% 내외의 성장이 기대된다. 건설투자 및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되겠지만 견실한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정부 정책의 영향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시장의 모습도 긍정적이다. 2017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양적 긴축을 시작했음에도 글로벌 경기의 동반 상승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지속에 힘입어 국내외 금융 시장은 개선됐다. 2017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주가 지수가 23.1% 상승하고 신흥국 지수는 37.8%나 올랐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VIX도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북핵 위험 등에도 주가가 상승하고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원화 가치도 상승했다.


새해에도 현재의 우호적인 국내외 경제 여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개선과 완화적 금융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산 가격 상승과 부채 확대 등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어 위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만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거나 통상 갈등, 중동과 동북아에서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경우 글로벌 경제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경제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맑은 날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말처럼 2018년은 언젠가 닥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취약점을 개선하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할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정부는 2018년 경제 정책의 기본 전략으로 일자리·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제약하고 있는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일자리·소득주도성장 및 공정경제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혁신성장을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혁신성장 정책이 기존의 산업진흥 정책과 달리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조정해나가는 프로세스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018년 집권 2년차가 되는 만큼 정부로서는 주요 정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정책 추진의 동력으로 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조바심을 낼 경우 정책이 내실보다 형식에 치우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치밀한 계획을 갖고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경제의 근본 틀을 바꾸려는 정책은 국민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새해에 핵심적인 위험 요인은 무엇보다 국내외의 금리 상승 가능성이다. 빚을 진 가계와 기업들은 우호적인 경제 및 금융 여건에서 위험 경계심이 낮아진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미리 과도한 부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도 가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고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IMF가 최근 한 자료에서 “현재 우호적인 글로벌 경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이를 낭비하지 말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2018년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야 하겠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