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가전 유통업체인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1월 12~18일)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0% 늘었다. 청소기와 의류건조기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60%, 290% 증가했다. ‘LG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는 지난 달 출시 후 4주간 판매량이 직전 모델보다 3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의 출하 가격은 134만~144만원에 달하지만 일부 유통매장에서는 구매자가 몰리며 일시적으로 물량이 동나기도 했다.
미세먼지 가전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건조기, 청소기, 스타일러가 대표적이다. 미세먼지의 위험성 때문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건조기나 스타일러,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대형 TV보다 비싸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조기 시장 규모는 2016년 10만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0만대 돌파에 이어 올해 1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2014년 50만대 수준에서 2016년 100만대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20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LG전자(066570)가 2011년 처음 개척한 의류관리기 시장은 올해 코웨이의 가세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미세먼지 가전의 원년”이라며 “미세먼지 가전의 가격이 TV나 냉장고보다 비싸도 사랑받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미세먼지 가전은 웬만한 대형 TV보다 비쌀 정도로 몸값이 높아졌다. LG전자 미세먼지 가전의 경우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74만9,000원~121만9,000원(이하 출하가 기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134만~144만원, ‘트롬 스타일러’ 129만~199만원, ‘코드제로 A9’ 89만~129만원 등이다. 삼성전자(005930)의 2018년형 건조기 신제품 가격도 134만9,000원~144만9,000원이며, 무선청소기 ‘파워건’은 79만9,000원~119만9,000원이다. 50인치대 TV의 가격이 대부분 200만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미세먼지 가전이 대형 가전 가격을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가 기존 업계를 확 바꿔놓는 사례는 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전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이색 상품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입과 코를 모두 덮는 마스크가 불편하다는 소비자 의견은 ‘콧구멍에 필터를 끼워 미세먼지 유입을 막는’ 노스크란 제품 탄생을 낳았다. G마켓에서 노스크의 최근 1주일 매출은 직전 주보다 1,252%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049% 증가했다. 신선한 공기에 대한 욕구 때문에 옥션에서 최근 일주일간 판매된 휴대용 캔산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554% 증가했다.
미세먼지 걱정 없는 환경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곳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올해부터 고객들이 직접 롯데마트 내 실내 공기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실내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국에 1,100여개 점포를 둔 스타벅스도 최근 서울 마포구 신촌대로점과 홍대공항철도역점에 공기청정 시스템을 설치하고 시범 가동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대상 점포를 확대해 미세먼지 걱정 없는 점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신희철·변수연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