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CEO&Story]질 프로마조 "韓, 금융소비자 눈높이 높아...혁신상품 만들 최고의 실험실이죠"

작년4월 CEO로 3년만에 화려한 컴백

올 헬스케어 솔루션 업체들과 제휴 등

디지털 체력강화·장기보험 확대 나서

모바일 최적화 상품·사이트 개발도

韓법인 개발한 솔루션 중국으로 수출

글로벌 AXA플랫폼 든든한 밑바탕 돼

한국서 호평받은 상품 해외서도 인기

기업혁신·창조 원동력으로 작용 기대

질 프로마조 AXA손해보험 대표이사/권욱기자질 프로마조 AXA손해보험 대표이사/권욱기자


“한국 AXA손해보험은 글로벌 AXA그룹의 실험실 역할을 합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팀이 개발한 솔루션을 중국 법인에 수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국 금융산업은 제조업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업의 대표들을 만날 때면 글로벌 본사의 선진 노하우를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묻게 된다. 지난해 4월 취임한 한국 AXA손해보험의 질 프로마조 대표이사를 최근 만나 같은 질문을 했다. AXA손해보험은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9년 연속 세계 1위 글로벌 보험 브랜드로 선정한 AXA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프로마조 대표는 “각 국가별로 특징과 전개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 적용된 사례라고 무조건 한국에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반대의 경우를 답했다. 그는 “AXA손해보험의 데이터 사이언스 팀은 소비자의 니즈를 예측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특약과 서비스를 제시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중국에 수출했다”면서 “사전에 보험사기 패턴을 예측해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저희의 시스템 역시 글로벌 AXA 플랫폼의 밑바탕이 됐다”고 소개했다.

AXA그룹의 선진화된 기술과 전략들을 접목해 실험하고 그 결과물을 그룹 내 다른 시장에 적용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한국이라는 게 프로마조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이며 금융 소비자의 수준도 매우 높아 이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쉽지 않다”면서도 “이러한 생태계는 오히려 기업의 혁신과 창조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까다로운 한국 보험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상품과 전략은 전 세계 어디서든 통용될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국 보험시장을 “가장 어렵고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이지만 매우 선진화돼 있고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부문에서 다양한 혁신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AXA그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철수설이 나온다. AXA손해보험이 지난 2014~2015년 2년 연속 적자를 냈을 때도 시장에서는 AXA그룹이 한국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로마조 대표는 “AXA손해보험이 현재로서는 철수 계획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실제로 AXA손해보험의 자동차 보험 규모는 AXA그룹 내에서 7위, 아시아 보험시장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AXA그룹은 에르고다음을 인수하고 교보와 함께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설립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프로마조 대표는 “현재 AXA손해보험은 한국에서 130만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자동차보험을 넘어 상해·질병보험으로까지 상품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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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은행을 비롯한 국내 전 금융권이 ‘디지털’을 화두로 제시한 것처럼 프로마조 대표 역시 올해 중점과제로 디지털 체력 강화와 장기 보험 확대를 꼽고 있다. 그는 “인슈어테크(데이터 분석, AI 등을 활용한 혁신 보험 서비스) 및 헬스케어 솔루션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매우 혁신적인 상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보험시장에서 가장 편리한 모바일 사이트를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모든 보험상품을 모바일 사이트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단순히 텔레마케팅(TM) 채널에서 판매하던 상품을 ‘복사+붙여넣기’하는 식이 아닌 모바일 채널의 특성에 적합한 상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국 디지털 금융의 큰 걸림돌이었던 공인인증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인증(FIDO)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자동차보험에 집중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도 앞장설 방침이다. 이의 일환으로 1월 한국인의 3대 질병인 암·뇌·심장질환만을 집중 보장하는 ‘(무배당) 생활비 받는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3대 질병으로 확정진단을 받으면 약정한 보험가입 금액을 생활자금으로 5년간 매월 지급하며 고객이 원할 경우 일시 지급도 가능한 상품이다. 적은 보험료로 큰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일반장기보험을 확대하면서 2016년 기준 15%였던 일반장기보험 비중을 두 배인 3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2018년은 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프로마조 대표는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저희 회사를 포함한 모든 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고 이는 올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자동차 수리비와 한방 진료비 증가로 의료비를 포함한 보상 비용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2년부터 3년간 한국 AXA손해보험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하던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프랑스 파리 본사로 발령받아 AXA글로벌다이렉트의 CFO로 일하다 다시 AXA손해보험의 CEO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프로마조 대표는 “한국 문화는 현대와 전통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라면서 “2012년 AXA손해보험의 CFO로 재직하면서 당시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한국이 어느새 저의 제2의 고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직원들은 열정과 오너십으로 무장한 최고의 인재들”이라면서 “AXA손해보험이 2016년 이후 흑자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헌신과 노력,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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