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글로벌 리더와 경영인들이 올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경기 호조를 낙관하는 동시에 머지않아 다가올 침체를 경고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약 1,300명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세계 경제 호조를 확신하는 CEO 응답은 5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29%)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2년 이래 기업들의 낙관론이 최고 수준에 달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3년 뒤 기업 경기가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CEO는 지난해(51%)보다 낮은 45%에 그쳤다. 미국과 중국 등이 이끄는 경제 성장과 증시 랠리 등에 들뜬 낙관론과 함께 올해의 ‘파티 분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위기에 대한 경계감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다보스에서 올해와 내년 3.9%라는 낙관적인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빠지지 않았다. IMF의 모리스 옵스펠드 경제 카운슬러는 “다음 경기침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 와 있을 수 있다”면서 “10년 전에 비하면 이에 대적할 무기들도 더 제한적인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잠재적인 성장률 한계에 근접함에 따라 경기 회복세의 지속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완화정책으로 인해 다음 위기에 닥치면 타개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IMF는 “지난해 경기호전 속에서도 신흥국 인구의 5분의1은 개인소득이 줄었다”며 부의 편중과 기술혁명의 부작용이 경기 전망에까지 악영향을 주게 된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의 편중도 세계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PwC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경제에 약 16조달러의 부를 가져오겠지만 그 실과는 지구촌 전체에 공유되는 대신 미국과 중국으로 70%가량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리드 국가이자 보호무역주의의 총아로 떠오른 미국은 이런 ‘쏠림 현상’을 갈수록 강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PwC 조사에서 올해 미국을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본 CEO는 전체의 46%에 달해 2위인 중국(33%)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미국 등 북미대륙 CEO들은 53%가 올해 경제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낸 반면 아시아는 44%만이 강한 확신을 보였으며 유럽(38%)과 중동(33%)은 30%대에 그쳤다.
밥 모리츠 PwC 회장은 “보호무역주의와 북핵 위기, 사이버 공격, 일자리 등 수년간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리스크 매니징’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기술 발전에 따른 혼란과 이로 인한 부의 독식 등 미국으로의 편중 우려가 새롭게 더해져 회의론이 줄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글로벌 CEO들은 ‘과도한 규제’를 지난해 경영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테러’는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2위로 뛰어올랐으며 ‘사이버 관련 위협’도 지난해 10위에서 4위로 급부상했다. PwC는 트럼프 정권 탄생에 따른 세계 경제 불안이 후퇴한 한편,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보스=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