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지난해 성장률 3.1%...'2%대 저성장 트랩' 벗어났지만

2017년 3.1% 성장, 3년만 3%대로

4·4분기는 9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3.1%를 기록했다. ‘2%대 저성장 고착’ 우려를 딛고 3년 만에 이룬 3%대 성장이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전체 성장을 견인했고 소비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면서 얼어붙었던 내수에 훈풍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 경제 성장률은 9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기저효과와 10월 추석 장기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 선순환의 핵심고리인 투자와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지금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7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GDP는 전년보다 3.1% 성장했다. 2014년(3.3%) 이후 3년 만의 3%대 성장률이다. 2015~16년에는 모두 2.8%에 머물렀다.

지난해 3.1% 성장을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설비투자다. 재화수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해 2013년(4.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의 고공행진은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4.6% 늘어나 2010년(22%)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3.1% 증가해 3년 만의 최고치였다. 2016년 우리 경제 성장을 떠받쳤던 건설투자도 7.5% 증가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소비도 회복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소비는 전년보다 2.6% 늘어 2011년(2.9%)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내수에 서서히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반면 정부소비는 3.7% 증가해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4.2% 성장해 2011년(6.5%) 이후 6년 만에 최고치였고 건설업은 7.2%로 전년(10.5%)보다는 낮았다. 서비스업은 2.1% 성장에 그쳐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5%) 이후 8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한편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가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4분기(-3.3%) 이후 처음이다.


전 분기인 지난해 3·4분기 성장률이 1.5%로 치솟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교 시점의 성장률이 워낙 높았던 만큼 그를 뛰어넘는 성장률이 나오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추석 장기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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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을 볼 때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두고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10월 추석 장기연휴를 앞두고 9월 조기통관, 선구매 등으로 3·4분기 성장률이 워낙 좋게 나왔기 때문에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4·4분기 성장률만을 떼어놓고 보는 것은 전체 성장세를 오독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우리 경기는 견실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를 기록한데다 반기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3.4%로 상반기 성장률(2.8%)보다 더 높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간소비 개선세가 강화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4·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0%로 2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한파로 도시가스와 의류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투자 감소의 속도를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내수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설투자는 3.8% 감소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었다. 설비투자도 -0.6%로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7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도 -5.4%로 크게 감소하면서 1985년 1·4분기(-8.7%) 이후 3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화수출만 봐도 -5.5%로 2008년 4·4분기(-7.3%)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도체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자동차 등의 부진이 컸다.

제조업은 -2.0%, 건설업은 -1.5%로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서비스업은 부동산 및 임대업이 감소했지만 정보통신업,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늘어나 0.4%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1.3% 감소했다.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고 유가는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나빠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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