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신규거래 문턱 높이자 우회로 찾는 가상화폐 투자자

농협·기업·신한, 신규거래 불허

중소거래소서 가상화폐 구매 후

대형거래소로 옮기는 편법 횡행

상품권 충전해 입금효과 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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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되지만 시중은행이 과열을 우려하는 당국의 분위기 때문에 신규 계좌 발급을 당분간 미루기로 하자 신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행을 우회하는 편법 입금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횡행하고 있다.

25일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의 입금이 자유로운 중소형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서 대형 거래소로 옮기거나 대형 거래소에 이미 가상계좌가 있는 지인을 통해 상품권을 구매한 후 자신의 계정에 충전하는 식의 투자자금 편법 입금 방식이 각종 가상화폐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대형 거래소들은 신규 투자자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전면 중단한 상태지만 법인계좌를 이용해 입금받는 중소형 거래소들은 이 같은 제한을 받지 않아 투자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법 입금이 가능한 것이다.

업비트에서는 현재 신규 투자자의 원화 입금은 불가능하지만 가상화폐 입금은 가능하다. 따라서 신규 가입자도 원화 입금이 가능한 중소형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해 업비트 계정의 지갑으로 보내면 투자가 가능하다. 실제 업비트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투자자 급증으로 시스템 불안정 우려가 고조되면서 원화 입금은 물론 가상화폐 입금도 차단했지만 지난 24일부터 가상화폐 입금은 재개했다.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법인계좌를 통해 현금 입금이 가능해 이 같은 우회 입금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법인계좌를 이용해 입금받는 고팍스와 HTS코인에서는 신규 가입자도 원화 입금이 가능하며 입금 후 72시간이 지나면 가상화폐 출금을 허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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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거래소 빗썸은 신규 가입자의 원화 입금과 가상화폐 입금은 차단했지만 상품권을 통한 충전은 열려 있다. 신규 가입자는 기존 빗썸 회원이 살 수 있는 빗썸의 자체 상품권인 ‘GIFT 비트코인 상품권’이나 각종 백화점과 해피머니 상품권을 등록해 원화 충전이 가능하다. 빗썸에 가상계좌가 있는 지인에게 돈을 송금해 빗썸 상품권을 사달라 하고 고유번호를 받아 자신의 계정에 등록하면 될 정도로 방법도 간단하다. 뒤늦게 이를 파악한 빗썸은 이날 이들 서비스를 31일까지만 운영한다고 공지했지만 자체 상품권은 사용기한이 다음달 28일까지여서 그때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비록 정부가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됐을 때 신규 계좌 발급은 은행들이 ‘자율’로 결정하라고 했지만 현재 대형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신한·농협·기업은행은 기존 계좌 보유자들만 실명으로 전환하고 신규 계좌는 추후 발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신규 투자자들은 허점을 이용해 이미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편법 입금이 계속되면 정부의 자금세탁 방지 목표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또 중소형 거래소들은 시스템이나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해킹 등 사고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점도 우려된다.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투자자들은 편법 등 어떤 수를 써서라도 거래에 뛰어들 것”이라며 “실명 입출금 시스템이 구비된 거래소의 신규 거래를 열어줘 자금 출처를 관리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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