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업체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은 지난주보다 6.2%포인트 내린 59.8%에 그쳤다. 지지율이 60% 아래로 꺾인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왜 그럴까.
반대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고 조급하게 정책을 강행한 ‘오만’이 크게 작용했다. 속도 조절 없이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다가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들의 반발을 샀다. 선책(善策)이 악책(惡策)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자영업자 지지율은 한 달 전 66.4%에서 이번주 55.3%까지 떨어졌다.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았지만 강남 4구와 비(非)강남 간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졌다. ‘SG워너비(서울 강남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하염없이 치솟는 강남 집값에 땅이 꺼져라 한숨만 짓는다. 신혼부부를 포함해 30대들의 지지율은 한 달 전 80.3%에서 66.9%까지 곤두박질쳤다. 가상화폐 대책을 놓고 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인 것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요인이 됐다.
결국 컨트롤타워가 고장 난 정부의 ‘정책 실패’가 ‘시장 실패’로 이어지면서 핵심 지지층의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는 2030세대가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땀과 눈물로 올림픽을 준비한 한국 선수들과는 아무 상의 없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공정 정신에 금이 갔다. 김정은의 평창 핵 놀이에 우리 정부가 속절없이 속아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기고 있다. 현송월의 원님 행차도 마뜩지 않고 평창올림픽 전날에 열병식을 하겠다는 북한의 이율배반도 이해하기 힘들다.
존 롤스의 ‘정의론’을 탐독한 2030세대는 ‘평창 불공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20대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말 78.6%에서 67.0%로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밖에 나가보면 먹고사는 문제로 아우성인데 적폐청산과 평창에 매몰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 많다. 온라인상의 열광은 허수인데”라는 촌평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에 따른 기저 효과는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의 지지율이 진짜 성적표다.
문 대통령이 지지세력뿐 아니라 상대편, 반대세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전쟁에 승리한 고대 로마의 장군은 개선문을 통과할 때 항상 뒷자리에 ‘쓴소리 노예’를 뒀다. 온 국민의 환호를 받는 장군이 혹여 거만해지거나 우쭐해 하지 않도록 “당신은 인간입니다”라고 세 번 외친다. 문 대통령과 관료들도 반대세력의 목소리와 주장을 겸허하게 경청하면서 정책 균형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 옆에 얼마나 많은 쓴소리 노예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귀를 활짝 열지 지켜볼 터이다.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