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벤처 사들일 수 있다" 정부 발표에도 벤처투자자 '시큰둥'

창업·벤처 PEF 설립 허용에도

구체적 행동 나서는 업체 없어

"운용수단 확대 환영할 만하나

경영권 인수에 큰 매력 못느껴"

2615A21 국내 벤처투자사 신규투자 유형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의 일환으로 벤처투자사(창업투자사)가 벤처·스타트업의 경영권까지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벤처투자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벤처투자사가 기업을 직접 사들여 경영을 하면 생존율도 높아지고 코스닥 상장까지 이어질 것이란 정부의 그림이지만 근본적으로 초기 기업의 규모가 작다 보니 벤처투자사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가 벤처투자사의 창업·벤처전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창업·벤처 PEF) 설립을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벤처투자업계는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보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시행된 창업·벤처 PEF는 출자액의 50% 이상을 초기기업에 투자하면 증권거래세 면제,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특히 경영권 인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측은 “벤처투자사도 경영권 인수, 구주 인수, 상장사 투자 등이 (규제 완화로) 가능해져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운용사에게 운용 수단이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창업·벤처 PEF 설립 계획 여부에 대해서 확답을 하는 벤처사는 없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 등이 벤처사의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규모 지분 참여를 통해 스타트업에 자금을 수혈하고 이익을 얻는 게 대부분 벤처투자사의 전략이지 경영권 인수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벤처투자업계가 별 관심 없는 업무의 규제를 풀었을 뿐인 셈이다. 또 다른 대형 벤처투자사 임원 역시 “중소형이나 신규 벤처투자사라면 (창업·벤처 PEF 설립에) 관심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벤처투자사의 신규투자 유형 가운데 상환전환우선주 투자가 9,195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44.7%)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보통주 투자는 절반 수준인 4,446억원(21.6%)에 그친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약속한 기간이 되면 발행 회사에서 상환을 받거나 발행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데 투자한 기업이 상장하지 않더라도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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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시행 초기인 만큼 시간이 더 지나야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의도대로 창업·벤처 PEF의 역할이 커진다 해도 초기기업이 코스닥 상장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창업 후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9.6년에 이른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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