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노조, 대마불사 미신서 깨어나야"

퇴임 윤갑한 현대차 울산공장 사장의 쓴소리

"회사 엄중한 상황인데

자만·착각에 빠져 있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 사장이 26일 퇴임식을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30여년간 노동 현장에서 회사와 노조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던 노무 전문가는 5년 동안 짊어졌던 공장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현재와 같은 노조의 인식으로는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노조가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로는 앞으로의 50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노병의 충고다.

이날 울산공장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윤 사장은 “지난해 말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차(005380)가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간곡한 마음으로 말씀드린다”며 “우리 직원들은 ‘잘못된 신화’, 즉 ‘대마불사’라는 매우 위험한 미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은 규모가 크든 작든 노사가 함께 보살피고 키워야 할 생명체인데 작금의 현대차 노조의 행태로는 50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윤 사장은 “조합원들도 지금 이 순간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우리 회사는 괜찮다’는 어처구니없는 믿음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너무 많이 치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017년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이달 16일에서야 체결했다. 협상이 해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차례의 부분파업 끝에 4,000억원이 넘는 생산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말 후배들을 위해 용퇴할 계획이던 윤 사장이 오늘에서야 퇴임식을 갖고 물러난 것도 임단협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윤 사장은 “현대차는 대내외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자만과 착각에 빠져 있다”며 “근원적인 쇄신만이 소중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몸은 떠나도 제 청춘과 인생을 함께했던 현대자동차는 영원히 제 가슴에 남을 것”이라는 윤 사장의 마지막 말에는 노조와 사측이 한마음으로 현대차의 미래를 위해 뛰어달라는 당부가 짙게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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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대차는 윤 사장 후임으로 하언태 울산공장 부공장장 부사장을 선임했다. 하 부사장 역시 현대차 생산기술기획지원실장·생산운영실장·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부공장장을 맡은 등 노무 전문가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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