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팀24/7]욕설, 폭행에 전염병 노출까지.. "하루하루가 전쟁터죠"

경찰들 한평 남짓한 공간서 근무

2주간 5번 등 밤샘야근도 다반사

경찰 손가락 깨물고 자살소동 등

한 순간이라도 긴장감 풀지 못해

결핵 등 질병감염 위험도 도사려

서울지역 센터 단 6곳…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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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통 비우는 일은 다반사죠. 하루하루가 전쟁터입니다.”


지난 18일 오후11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김종복 중랑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위의 얼굴에서 고단함이 묻어났다. 센터에 마련된 침대에서는 술에 취한 두 명이 숙면을 하고 있었다. 김 경위와 함께 이들을 CCTV로 지켜보던 정원철 중랑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위는 “지금처럼 잘 주무시면 다행인데 자다가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며 “링거를 빼버려 바닥에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밤새 이불도 덮어드리면서 보호하다가 정작 술이 깨면 ‘왜 여기로 데려왔느냐’고 욕을 하실 때는 씁쓸하다”고 전했다.

서울시 주취자응급센터는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가 함께 만들어 6개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개소한 양천구 서남병원을 비롯해 보라매병원·국립중앙의료원·서울의료원·서울동부병원·적십자병원 등에 자리 잡고 있다. 119구급대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이 병원들의 응급실로 이송하면 상주하는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고 치료 중 소란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센터가 도입되기 전에는 인근 파출소나 지구대로 데려가 재운 후 귀가시켰다. 하지만 한 주취자가 파출소에서 사망하자 보다 안전한 지역에서 주취자를 보호하기 위해 병원 안에 센터를 만든 것이다. 지난 6년간 센터에 신세를 진 사람은 무려 4만여명에 달한다.


센터에 배치된 경찰들은 한 평 남짓한 공간의 혹독한 환경에서 근무한다. 주로 병원이 있는 곳의 경찰서 생활안전계 혹은 생활질서계에서 파견된다. 센터당 6명이 2인1조 3교대로 근무한다. 한 달간 최대 8번, 2주간 집중적으로 5번의 밤샘 야근도 한다. 야간조는 오후7시30분 출근해 다음날 오전7시30분까지 근무하고 주간조는 그 반대다. 평균 파견 기간은 2년이다. 일선 파출소는 ‘주간-야간-비번-휴무’로 이어지는 4조 2교대가 일반화됐지만 센터의 근무여건은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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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로 이송되는 주취자들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영등포역 등과 가까운 보라매병원은 노숙인이 많은 편이다. 기초수급비가 나오는 매달 20일께는 술에 취한 노숙인들이 더욱 몰린다. 석오술 동작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위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주취자가 40%에 달할 정도”라며 “대부분이 영등포역과 관악구 등에서 온 노숙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숙인들은 기력이 약해 통제는 어렵지 않지만 악취가 심하고 하루에 2~3번씩 오는 ‘단골’도 있다”고 귀띔했다. 적십자병원은 연세대·홍익대 등 대학가와 가까워 주로 대학생들이 많이 온다. 적십자병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장대인 경위는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토하거나 바지를 입은 상태로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며 “하루 평균 5~6명이 오지만 명절이나 금요일에는 10명이 다녀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술에 취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의료진의 치료를 돕고 귀가까지 책임져야 하다 보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구 국립의료원에서 상담사를 협박하던 주취자가 이를 제압하려던 경찰의 손가락을 깨물어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한 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자살하겠다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도 많다”며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항상 긴장하면서 근무한다”고 전했다. 각종 병에 전염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한 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지난해 간호사 한 명이 주취자에게 결핵을 옮았다”면서 “센터에 근무하는 경찰은 물론 주취자를 데려오는 지구대 직원들도 항상 전염병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술에 취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인들은 경찰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한다. 박상희 서울의료원 응급실 의사는 “술에 취해 대화가 통하지 않아 ‘의료인 대상 폭력 금지’ 팻말이 붙어 있어도 막무가내로 폭력을 쓰는 경우가 있어 위협을 느낀다”며 “그런 환자를 경찰이 통제해주면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 역시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CCTV에 민감하게 반응해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며 “취객들이 오는 곳이다 보니 싸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데 경찰이 상주하는 덕분에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하나같이 근무인력을 더 늘려야 대국민 서비스의 질과 경찰의 안전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권역별로 주취자 응급센터가 없다 보니 강남·송파 일대에서 중랑구까지 주취자들이 넘어온다”며 “그래도 자리가 없으면 더 멀리 떠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작구와 중랑구에 있는 보라매병원과 서울의료원은 관할 밖 경찰서에서 이송해온 건수가 지난해 1,302건(85%), 887건(57%)에 달했다. /경찰팀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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