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송은이, 김숙의 파격 행보가 큰 이슈를 몰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결성한 프로젝트 듀엣 ‘더블V’로 ‘3도’를 발표한 후 최근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으로 레전드 편을 만들었다.
김신영, 김영희, 신봉선, 안영미와는 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 지난 17일 MBC뮤직 ‘쇼챔피언’으로 퍼포먼스를 공개한 후 음원사이트에 타이틀곡 ‘셀럽파이브(셀럽이 되고 싶어)’까지 냈다.
이 같은 행보는 송은이가 이끄는 ‘비보티비’가 출발점이다. 송은이는 2015년 콘텐츠랩 비보를 설립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 뛰어들었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과 ‘김생민의 영수증’을 만들어내며 성공적으로 화제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웹예능 ‘판벌려’를 통해 셀럽파이브의 춤판 도전기를 공개했다.
무엇보다 송은이의 도전정신을 높이 살만하다. 여성 예능인이 선택되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팟캐스트·유튜브채널등을 활용해 스스로 판을 벌리며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박나래는 TV예능에서의 러브콜이 뜨겁다. 현재 MBC ‘나 혼자 산다’,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 tvN ‘짠내투어’,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4일은 볼 수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웰컴 나래바!’ 저서까지 출간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이처럼 여성 예능인들이 개별 노선에서는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예능’ 자체는 기근이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여성 출연진 중심의 TV 예능 프로그램은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가 거의 유일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예능계의 주류는 ‘남성’이다.
2004년 ‘여걸 파이브’부터 ‘무한걸스’ ‘골드미스가 간다’ ‘청춘불패’ ‘영웅호걸’ ‘언니들의 슬램덩크’ ‘비디오스타’까지가 10년간의 총 여성 예능이었다. 반면 ‘무한도전’ ‘1박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라디오스타’ ‘아는 형님’ ‘한끼줍쇼’ ‘밤도깨비’ ‘살림하는 남자들’ ‘문제적 남자’ ‘신서유기’ ‘토크몬’ ‘집사부일체’ ‘착하게 살자’ 등 새롭게 탄생하는 프로그램까지 대다수가 주요 혹은 전 출연진을 남성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여성 예능인이 설 자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회적 문제와 직결한다. ‘여성 예능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들을 ‘예능인’보다 ‘여성’이라는 카테고리에 우선 집어넣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려놓고 망가져야 사는 예능계에서 이들은 결코 100% 망가지기 힘들다. 스스로 눈치 보며 제한선을 놓기도 하고, 정작 망가지며 있는 속 없는 속 다 꺼내 보여도 대중은 손가락질하고 혀를 차기 일쑤다. ‘여자가’라는 편견과 잣대가 2018년에도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도 있다. 그들 역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욕구가 있을 텐데, 그 이후에 커리어를 쌓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남편과의 가사분담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으면 기혼 여성이 가정 밖의 일에 매달리고 열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실행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아이까지 있으면 ‘나’와 ‘일’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여성 예능인들에게 결혼은 곧 잠정 은퇴 수순을 밟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장수하는 여성 예능인은 사라지고 있다.
최근 박나래가 ‘웰컴 나래바’를 출간하며 “여자도 윗장을 까는 날이 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예능인 스스로 망가질 각오를 해야 하며, ‘여자’라는 프레임에 가둬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깨야함을 의미한다. 송은이, 김숙, 박나래가 큰 물결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이 유리벽에 정면돌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획자 및 조력자로서 선배 송은이의 행보가 후배 여성 예능인들에게도 긍정적 물결을 이뤄내고 있음을 눈여겨볼 만하다. 여성 연예인들에게 판을 깔아주고자 하는 송은이의 바람을 읽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후배들이 생겨난 것.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의 시작은 후배 개그맨 김신영의 무모한(?) 열정이었다. 우연히 일본 고교 토미오카 댄스팀의 영상을 접했고, 댄스를 배우고 싶단 생각에 무작정 일본행을 결심했다. 김신영의 열정에 감동받은 송은이가 힘을 보태자, 안영미, 신봉선, 김영희까지 함께 했다. 현재 셀럽파이브를 향한 러브콜은 가히 폭발적이다.
송은이, 김숙, 박나래의 여세를 몰아 여성 예능인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다시 유행을 탈 수 있을까. 여성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고 파격적일 수 있고 참신할 수 있다. 개인과 사회 서로가 ‘여성’의 틀을 탈피하고 ‘예능인’으로 접근한다면 인재는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그것이 곧 ‘여성 출연진 위주의 예능’을 살리는 길이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