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文, 관료에 왜 실망했나] "목표 높이고 손발 묶은채 뛰라니...우리도 답답" 관료들 하소연

"복지 고용불안 가중 뻔했는데

국정과제 이유 최저임금 강행"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일자리 정책이 소극적”이라며 정부를 공개적으로 질책하자 각 부처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일단은 자성의 목소리부터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각고로 노력했지만 역대 최고 청년실업률 등 결과가 미진한 것이 사실이지 않나”라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 질책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윗선’에서 밀어붙인 정책 중에 일자리 늘리기에 역행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이 적지 않고 이를 뒷수습하는 데도 상당한 정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부처 내부에서조차 우리나라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고 사회안전망도 빈약해 최저임금을 한 번에 많이 올리면 고용에 타격을 준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정권 차원’에서 이 정책을 관철시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민간 영세업체는 물론 정부가 관여하는 요양·보육·장애인 등 복지 분야에서도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없다고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이나 정부가 중소기업 신규 고용자 임금을 지원하는 ‘2+1 장려금 제도’ 역시 부처에서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으나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시행이 강행된 사례다.


행정부처에서는 청와대의 과도한 친(親)노동 정책이 노동 개혁을 위한 노사 대타협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노동계의 숙원 사업인 일반해고 등 ‘양대 지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정권이 알아서 해결해주니 노동계로서는 협상 테이블에 나올 이유가 없어졌고 노사정 대화가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노동개혁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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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간 공조와 조율이 부족하다는 청와대 지적에 대해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게 관료들의 항변이다. 정부 관계자는 “적어도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부처가 자기 일처럼 적극 임하고 있고 협업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최근 부처 간 혼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건은 청와대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폐쇄 방안은 부처 간 조율이 끝나지 않은 사안을 법무부가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법무부와 청와대 간 사전 조율이 이뤄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즉 청와대가 사실상 승인한 발표가 나중에 문제가 되자 부처에게 책임을 덮어씌운 꼴이다.

최근 뜨거운 이슈인 보유세 개편은 청와대나 여당발(發)로 조율 안 된 정책이 불쑥 발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강남만을 타깃으로 한 세금 중과 방안’ ‘보유세 강화에서 고가 1주택은 제외 방안’ 등이 있다.

‘공직사회의 보신주의 등 때문에 규제 개혁이 더디다’는 청와대나 총리실 지적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할 말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건의료 분야나 서비스 전문직의 진입장벽 등 굵직한 규제는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강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힘을 실어줘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큰 문제에 있어서는 청와대도 아무런 언급을 안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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