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까사미아 브랜드 가치를 계속 키워나가는데 이만한 결정은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형우(40·사진) 까사미아우피아 대표는 신세계그룹이 까사미아 지분 92.4% 인수를 발표한 다음날인 25일 서울경제 취재진과 만나 기업 매각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 대표는 이현구 까사미아 회장의 장남으로 이 회장(47.83%)과 어머니 최순희 고문(21.04%)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17.18%)을 보유하고 있다. 까사미아 내 공식직함은 없지만, 사무용 가구 계열사인 까시미아우피아 대표를 맡아 홈스타일링브랜드 ‘씨랩’을 총괄하며 경영 능력을 쌓아 왔다.
오너가(家)인 이 대표 입장에선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로 가업승계가 무산된 것이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이 대표는 “가업승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가구 시장에서 30년 넘게 기업가치를 키워 온 까사미아가 고객과 직원들을 위해 더 큰 회사로 성장하는데 어떤 경영상 판단을 내리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신세계로 회사를 매각한 아버님의 결정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세금 때문에 가업승계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매각 소식이 알려진 뒤에 세금이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을 판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많았다”며 “(가업승계를 위한) 세금을 낼 준비는 이미 다 돼 있었고, 또 까사미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 3,000만원 정도 더 인건비가 느는 정도인데, 그 부담 때문에 회사를 매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의 이슈인 가업승계와 관련해 이 대표는 “기업 들마다 처한 환경이 달라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 주는 것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창업주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가업승계든 제3자 매각이든 기업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지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동안 까사미아를 둘러싼 매각 루머들을 묻자 이 대표는 “5년 전쯤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후에는 대기업, 펀드 등에서 수많은 매입 제의가 있었지만, 이를 받아들여 협상을 진행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래서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만나자고 하면 아예 만나지 않아왔다”며 “이번 매각은 지난 11월에 협상이 시작돼 두달만에 전격적으로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이 최종 인수자로 신세계를 선택한 건 직원들의 고용 보장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통상적으로 보유 지분 전체를 팔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오너가가 계약서에 굳이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넣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까사미아는 주식 681만3,441주(92.4%)를 1,837억원에 매각하면서 신세계 측으로부터 직원 전원의 고용을 5년간 100% 승계하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신세계보다 인수 가격을 200억원 가량 더 높게 부른 후보자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버님이 30년 가까이 회사를 일궈오면서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매우 크셨다”면서 “이번 매각을 결정할 때 회사 성장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이 직원 고용 보장이었고, 나 역시 아버님의 그런 경영 철학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신세계가 까사미아 5년 내 매출을 4,5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매장도 2배 이상 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까사미아 직원들도 새 주인 아래에서 회사의 성장과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