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0일(현지시간) 발표할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하고, 강하고, 자랑스러운 미국’을 주제로 정책 성과 홍보에 주로 치중하는 ‘당근’을 앞세워 비지지 계층까지 끌어모은다는 방침이지만 군비 증강 및 ‘공정무역’ 등을 강조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세 과시의 메시지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미 대통령이 상하원에서 1월 하순 국정의 주요 방침을 담아 관련된 입법을 의회에 권고하는 연두교서 발표는 미 전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연초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안전하고, 강하고, 자랑스러운 미국’을 주제로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안보·일자리·인프라·이민·무역 등 5대 분야로 나눠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안보 문제를 폭넓게 다루면서 대테러, 군 전력 증강 등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미군의 재건, 힘을 통한 평화 정책으로의 복귀, 친구와 적을 명확히 하는 것, 전 세계 테러리스트를 격퇴하는 노력 등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정부가 공격적인 방위 전략을 수립하기로 하고 중국·러시아와의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내년에 올해보다 7% 증액된 7,160억달러의 국방 예산을 의회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26일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올해 국방 예산도 전년 대비 10% 늘리며 북한의 위협 등에 맞서 ‘미사일방어(MD)’에 40억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27일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 이슈에 관해 언급하겠지만 신중하고 정제된 어조로 발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연설했는데 연두교서 발언을 그때 렌즈를 통해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히 위협한 데 비해 11월 첫 방한 후 국회 연설에서는 북핵 및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 북측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AP통신은 익명의 보좌관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해왔던 호전적 말투는 연두교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서명한 감세 정책이 어떻게 미국을 부흥시킬지에 대해 연설하고 낮은 실업률과 주가 상승 등의 성과를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인프라 투자 확대를 올해 최대 경제 정책 과제로 제시하면서 향후 10년간 1조7,000억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위해 의회의 예산 지원을 당부할 계획이다. 무역 분야에서는 기존의 ‘공정무역’ 기조를 강조하고 중국·한국 등의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하는 한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에서 소득 수준이나 계층·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이 이러한 정책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정책과 관련해 다보스포럼 등에서 밝힌 것처럼 ‘드리머’로 불리는 불법 체류 청년들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대신 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한 250억달러의 예산 책정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그는 27일 다보스포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멕시코 국경 장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트윗을 날렸다.
한편 민주당은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두교서 연설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의혹을 부각시키는 검은 정장을 입을 것으로 알려져 인프라 투자 확대나 장벽 건설 등 민주당이 비판적인 정책들이 발표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